따끈한 영화를 팝니다

영화 ⟨썬더볼츠⟩

by 백수광부

2008년 아이언맨의 개봉부터 2019년 엔드게임에 이를 때까지,

마블 코믹스 원작의 영화는 개봉 때마다 많은 사람에게 기대와 함께 만족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수는 적었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마블 영화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마블 영화는 놀이 공원과 같다.

스코세이지의 발언은 마블 영화가 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추지 못했기에 영화보다는 놀이 공원의 체험과 같다는 뜻이다. 이 발언의 찬반과 별개로 동의하는 부분은 10년의 세월 동안 마블영화는 관객들에게 놀이공원을 가는 것과 같은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MCU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 경계나 SNS의 반응,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수와 더불어 개봉에 발 맞추어 영화값이 오르던 경험 등이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제작자도 배우도 관객도 영화관도 그리운 시절이다.

요즘은 어떨까? 팬데믹 이후 이전만큼 영화관에 사람들이 가지도 않고, 마블 영화들 역시 엔드 게임 이후 실망을 안겨주었다. OTT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썬더볼츠⟩ 이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블 영화는 이대로 끝난 것일까?



MCU는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알아야 하는 정보값이 많아지고 그에 따른 피로도 적지 않다. 모든 콘텐츠를 보기 버거우니 유튜브를 이용해 해결한다.

⟨썬더볼츠⟩의 개봉 소식을 듣고 정보를 알아가니 그리 눈길이 가는 캐릭터는 없다.

2대 블랙 위도우는 물론이고, 윈터 솔져, 레드 가디언, U.S 에이전트, 고스트, 태스크마스터 등도 주역이 되기에는 모자라 보인다.



영화는 옐레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시작부터 시원하게 때려 부수는 히어로물은 아니라는 선포다.

이야기는 썬더볼츠의 리더가 되는 옐레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썬더볼츠의 팀원들을 만나 갈등을 겪고 협력하며, 어떻게 위협에 맞서 싸우고 사람들을 구하는지를 그려낸다.

조금 당황스럽다. 놀이공원을 기대했는데 입구에서 저지당한 기분이다.

공원 경비원들의 말이 들리는 듯하다.

잔치는 끝났고 이제 약을 드실 시간입니다라고.

마블 영화의 10년.

놀이 공원을 출입한 세월치고는 길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시리즈와 얼핏 닮았지만 톤이 다르다.

개그를 담당하는 레드 가디언은 로켓 라쿤이 아니다.

모두 하자 있는 히어로다.


국회 청문회장에 선다면 거듭되는 질문에 사퇴하거나 분노를 참지 못해 매스컴에 실릴 행동을 하고도 남을 히어로다.


친숙했던 MCU의 영웅들이 아니다.

어찌보면 우리들과도 닮았다.

마블 영화를 보고 자란 소년소녀들은 이제 출근길 만원전철에 간신히 탑승하고 업무라는 임무에 시달리다 지친 몸으로 퇴근한다.

누군가 일을 대신 해줬으면 싶고 휴일만 기다린다. 고귀한 이상을 가진 캡틴 아메리카도, 상사를 창밖으로 던져버릴 수 있는 헐크도, 돈이 넘쳐나는 금수저 아이언맨도 아니다.

썬더볼츠의 멤버는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회복 능력이 뛰어날 뿐이다.

결함 있는 상처 많은 인간이다.

블랙 위도우가 된 옐레나가 심리상담을 받는다면 이렇게도 말할지 모른다.

안녕하세요 전 옐레나예요. 얼마 전에 언니를 잃었고요. 미쳐가고 있어요.


그간 마블의 영화를 망친 것은 PC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그간의 성공에 도취되어 영화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망각한 탓이다.

페미니즘과 인종차별을 다룬 흥미로운 영화는 셀수없다.

영화가 재미있다면 사람들은 PC한지 아닌지도 따지지 않는다.

썬더볼츠의 캐릭터를 비롯한 최근의 마블 영화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이러한 기본을 그들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썬더볼츠⟩는 어떨까.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다. 특히 2대 블랙위도우를 맡은 플로렌스 퓨의 뛰어난 연기가 빛을 발해 극을 끌고 간다. 영화로서의 미덕을 갖추었다. 연출도 연기도 기본에 충실하다.



⚠️ 스포일러 주의

이 아래부터 작품의 중요한 내용을 하나 언급합니다.

아직 해당 작품을 감상하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세카이계(인물의 감정이나 관계가 세계의 멸망이나 위기로 연결되는 작품) 서사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세카이계 서사라도 전개를 정교하게 쌓아올렸다면 더 개연성을 갖추었으리라.

최초의 센트리 역 캐스팅은 스티븐 연이었다는데 여러 사정으로 캐스팅이 바뀌었다니 캐스팅 변경으로 인한 영향이 있었을지 모른다.



마블 영화라면 떠올리는 액션은 기대에 비해 부족하다.

놀이공원도 아닌 세카이계 서사에 기대보다 약한 액션은 흥행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잘 구축한 캐릭터는 공감하기 쉬우며 훌륭한 팀업을 이루었다.

썬더볼츠는 뉴 어벤져스가 된다. 어벤져스는 둘이 되었다.

썬더볼츠의 멤버들로 이루어진 뉴 어벤져스, 제3대 캡틴 아메리카인 샘 윌슨이 결성한 또 다른 어벤져스. 쿠키에서도 관련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물음으로 돌아가 보자. 마블 영화는 끝났는가?



⟨썬더볼츠⟩를 지나 ⟨어벤져스:둠스데이⟩가 그 답을 줄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영화관 업주들마저 티켓값을 올릴 수 있었던 어벤져스라는 바이킹.

10년을 다닌 놀이공원에서 가장 기대하는 어벤져스라는 바이킹이 더 이상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면 어른이 된 우리는 놀이공원에 갈 이유가 없다.



⟨썬더볼츠⟩는 어벤져스라는 바이킹에 탑승하기 전 어른이 된 우리에게 주는 프로작이다.



놀이공원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마블 영화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가는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되길 꿈꾼다. 어른이 아이가 되는 놀이공원의 체험, 잘 만들어진 프로작을 먹고 바이킹을 기다리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드보일드 어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