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 료의 《천사들의 탐정》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벨이 세 번 울리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이 책상 위를 더듬었다.
작고 딱딱한 물체가 이부자리 위로 떨어지고, 잠시 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응, 나야. 하드보일드? 알았어, 15분이면 돼.”
위잉.
데스크탑 내부의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 화면이 어두운 방을 밝혔다.
휴대전화를 노려본 남자가 이윽고 키보드를 두들겨 무언가를 검색했고 그의 눈에 인터넷의 한 질문이 들어왔다.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려면 어떻게하죠?
질문과 답변을 본 남자의 얼굴이 러닝셔츠만큼이나 하얘졌다.
대체 남자가 본 글은 무엇일까.
Q. 제가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고 싶어서요.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기위해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아 그리고 웃을때도 입을 손으로 가리며
"훗" 같은 조소 정도가 좋을것 같은대 어떤가요?
아니면 주로 상대의 말을 씹으면서 창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게 좋을까요?
이런것보다 더 하드보일드하게 될수 있는것좀 소개해주세요.
A. 입으로 손을 가리며 훗 정도로는 별로 하드보일드 하지 않을거 같군요
웃을때는 그냥 소리없이 입가에 미소만 살짝 흘리면 될거 같군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별로 관심없다는 식으로...그렇다고 썩소라고 생각하진 마시구요 ...그리고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기 위해선 겁이 없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붙잡고 시비걸란 말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상대를 압도 할만한 말발이 필요합니다.
여유있게 상대를 지그시 밟아버리는 말발...아시겠죠... 그렇다고 욕을 남발하거나 인신공격을 하는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쓸데 없이 소리지르는 것도 별로구요...
잘 모르시겠다면...영화를 추천해드리죠...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흥행에 성공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주인공들은 정말이지 어떤 상대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여유있게 겁대가리 없이 헤쳐나가죠...정말 하드보일드하게...
영화는 브루스 윌리스의 마지막 보이스카웃 과 멜 깁슨의 페이백 입니다.
뭐 하드보일드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는 훨씬 더 많겠지만 지금은 별로 생각 나지 않는군요...이 두영화 보시고 나머지는 찾아서 보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보이스카웃에서의 브루스 윌리스는 정말이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특유의 여유로움을 잃지 않죠...
영화속 한장면을 말씀해 드리죠...
악당들(3,4명정도)이 총을 들고 브루스를 의자에 앉혀 놓고 주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당연히 브루스는 몇대 맞은 상태죠.
브루스가 입에 담배를 물고 악당중 한명에게 불을 달라고 합니다. 악당은 뻥찐표정을 짓다 담배에 불을 가져다 주는 척 하다가 브루스의 얼굴을 갈깁니다. 브루스는 또다시 불을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 합니다.
"또 다시 내 몸에 손대면 죽는다."
그리고 악당은 담배에 불을 가져다 주는 척 하다가 또다시 브루스의 얼굴을 갈깁니다. 그리고 좋아라 하면서 웃죠..
그 순간 브루스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 악당의 앞면을 주먹으로 칩니다. 악당은 두 무릎을 힘없이 땅위를 디디며 쓰러지죠...그대로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브루스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의자에 다시 앉아서 담배를 핍니다.(담배를 폈는지 안폈는지는 잘 생각이 안나네요 아마 폈을겁니다.ㅡㅡ;;)
이 장면에서와 같이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자신의 강함을 자랑하기 위해 시비를 걸어선 안됩니다. 잘못하다간 횽아들한테 잘못 걸려 조낸 작살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멜 깁슨의 페이백....이 영화 몇번 봤습니다.
멜 깁슨은 영화 속에서 당하기도 하고 맞기도 하지만 그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상대를 다 쓸어 버립니다. 아주 기가 막힌 방법으로...
그리고 이 영화에서 멜 깁슨은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전혀 기죽지 않습니다.
직접 보면 아실겁니다.
두영화 다 저는 잼있게 봤습니다. 주인공들이 정말이지 하드보일드 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뭐 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제가 생각하는 하드보일드한 남자는 이런 사람입니다.
"뭐 그다지 정의를 신경쓰지는 않지만 악앞에서는 기죽지 않으며 여자를 위할줄 아는 남자"
뭐 하드보일드 하다고 해서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거칠어야 할때만 거칠면 됩니다.
아무때나 거칠면 그건 양아치입니다.
뭐 하드보일드한 남자가 되기 위해 더 필요한게 있다면 다른 분들이 답변을 달아주시겠죠...전 이만 할랍니다.
멋진 남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남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릴만한 질문과 답변이다. 그러나 본질과 완전히 벗어나는 답변은 아니다.
답변자처럼 하드보일드를 쿨하고 여유 있으며 남자다운 캐릭터라는 대중적 이미지로만 소화하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드보일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본래 완숙을 뜻하는 형용사에서 유래한 하드보일드는 비정하고 건조한 문체로 세계의 부조리를 그려낸다.
감정적 호소나 도덕적 설교 없이 부조리한 세계가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하루키의 말처럼 하드보일드 소설은 ‘Seek and Find’의 구조다.
이 세계에서는 ‘무엇인가 찾아내려 했을 때, 찾아내려 했던 것은 이미 변질되었다’
부조리한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 악은 사라지지 않고 탐정은 비열한 거리에서 고결하게 발버둥 칠 뿐이다.
따라서 하드보일드 소설에서는 피해자를 누가 죽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였는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와자키 시리즈의 단편집인 《천사들의 탐정》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이 주로 등장한다. 잃어버린 반려견이나 축구공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거나 교내에서의 문제를 상담하면 어울릴 아이들이다.
그런 의뢰 따위를 사와자키가 받을 리가 없다.
아이들이 마련할 수 있는 의뢰비도 뻔하다.
‘천사들’이 맞이한 문제는 가볍지만은 않다.
그러니 아이는 쉽게 모으기 힘든 거액의 ‘축축하게 젖은 지폐’로 사와자키를 고용하기도 한다. 부채감이 의뢰비가 될 때도 있다.
부조리하고 타락한 세계는 아이들에게 버겁다. 더러는 죽거나 상처받기도 한다.
고결한 탐정이 대신 진실을 찾아 나선다.
진실이 아이들과 놀법한 반려견처럼 귀엽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당연히 그렇지는 못하다.
‘천사들’을 외면하기 힘든 탐정이 찾은 진실 앞에는, 추악한 어른과 그렇지 않은 어른이 있다.
장르와 길이의 한계로 인해 반전이나 트릭은 비교적 심플하다.
작고한 국내 대통령이 겪은 사건이 잠시 언급되기도 한다.
부록 〈탐정을 지망하는 남자〉에서는 사와자키가 탐정이 된 계기도 나온다.
세계는 비정하고 바뀌지 않지만 ‘천사들’을 품는 사와자키의 따뜻한 시선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