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꿀벌과 천둥》은 일본의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모델로 쓴 온다 리쿠의 음악 소설이다.
작중에서는 실제 이름이 아닌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로 나온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은 크게 넷이다.
제대로 된 피아노 교육을 받지 않은 전형적인 천재 소년 가자마 진
역시 천재 피아니스트였지만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는 천재 2 타입 에이든 아야.
또 다른 천재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천재 3 타입 마사루 카를로스 레비 아나톨 .
마지막은 최연장자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못해 콩쿠르에 참여한 범재 다카시마 아카시.
그 외에도 다양한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이 콩쿠르에 도전한다.
다카시마 아카시를 제외한다면 천재만 벌써 셋이다.
천재 캐릭터 유형은 만들기 수월하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성격과 행동을 부여하고 그들은 천재라서 그렇다는 설명을 달면 사람들은 이해한다.
노력을 해도 그 노력은 천재란 이름에 가리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천재를 사랑하는 작가는 과거의 변주와 환경으로 인물마다 차이를 두었다.
사실 천재들이란 잔인하기 그지없는 이들이다.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겸손한 발언과
카시케도 일곱 살 때 음악적 재능을 키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어쨌거나 마르타가 천재라면 카시케라고 해서 아니라는 법이 어디 있나? 누나가 독점적으로 누렸던 배려를 동생은 누릴 권리가 없나? 아이는 쉬지도 않고 모차르트의 '쉬운 소나타'를 연습한 뒤에 어느 날 누나 앞에서 연주했다. 머뭇머뭇, 쩔쩔매면서 연주하긴 했지만 동생의 뺨은 자부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마르타는 대단 대신 피아노를 등지더니 두 손을 뒤로 뻗어 그 곡을 완벽하게 연주했다. 단단히 창피를 당한 카시케는 평생 두 번 다시 피아노를 건드리지 않았다.
올리비에 벨라미, 《마르타 아르헤리치-삶과 사랑, 그리고 피아노》 中
동생의 조악한 재주를 짓밟아버린 아르헤리치도 그렇다.
작중 모델이 되는 하마마쓰 콩쿠르를 최연소 나이로 우승했던 조성진 같은 이와 평범한 재능을 가진 연주자가 콩쿠르에서 만난다면 그것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이 천재들의 세계에서는 장한나나 키신처럼 어릴 때부터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는 괴물들마저 있다. 재능은 잔인하다.
예체능만큼 재능이 중요한 부문도 드물다.
《꿀벌과 천둥》은 음악 소설이고 본디 콩쿠르에 도전하는 음악인들의 재능이란 평범하지 않으니 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캐릭터는 실존 인물이 떠오르기보다는 만화 캐릭터에 가깝다.
강렬한 캐릭터들로 끌고 가야 하는 이야기니 이해가 가지만 천재에 대한 집착이 보이는 점은 재미있다.
대부분의 음악극에서는 이 천재 주인공이 결코 빠지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변주되기는 해도, 여전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아 자신이 천재인 것조차 잘 모름. 그러나 범재는 아무리 노력해도 못 따라잡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확고한 프레임 속에 갇혀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중략)
스스로의 집념, 부모의 희생, 훌륭한 스승, 헌신적인 추종자···. 그 모두의 결과물이 천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재가 보고 싶다면··· 우리 모두 TV를 켜자.
손열음, 《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中
작중에서는 손열음이 말한 천재 주인공에 해당하는 가자마 진이 등장한다.
전형적 천재 캐릭터로만 이야기를 전개하면 아쉬운 작품이겠지만 작가는 두 사람의 천재를 더 내보내 서로를 변화시킨다.
《꿀벌과 천둥》에서는 콩쿠르의 우승자는 개인이 아닌 음악이다.
음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감각의 확장과 연주를 들으며 떠오르는 이미지의 심상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을 택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쉬운 용어를 쓰고 장황할 정도로 묘사한다.
차력에 가까운 이 묘사가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한국의 클래식 교육과 그 환경에 대한 묘사는 일본 매체에서 흔히 보이는 전형적인 편견이 보여 아쉬우면서도 그 열등감이 흥미롭다. 국내의 사정을 아는 독자는 쓴웃음만 나오는 묘사다.
온다 리쿠가 오랜 기간 조사를 하고 공을 들인 작품이기에 단권으로 끝내기 아쉬웠는지 외전 격에 해당하는 단편집 《축제와 예감》을 냈으니 요시가에 콩쿠르 참가자와 심사위원들의 행보가 궁금하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