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곤, 이용균의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2019년 방영된 〈스토브리그〉는 기존의 드라마처럼 야구 선수를 주로 다루기보다는 구단의 프런트를 조명해 이목을 끌었던 드라마다.
야구의 껍데기를 쓴 로맨스처럼 샛길로 빠지지 않고 프런트를 다루면서도 만듦새가 훌륭해 야구팬들과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중 인물인 백승수 단장과 이세영 팀장은 오프 시즌 동안 구단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그렇다면 여기에 추리를 더 강화하면 어떨까.
야구와 추리, 두 소재를 잘 다루기 위해 추리소설가 최혁곤과 야구 기자 이용균이 만나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를 낳았다.
‘남 엉덩이를 보고 쫓는 게 기자 일이라 잡다한 업무에 이력이 나’있는 기자 신별은 창단 4년 차인 야구단 조미 몽키스의 프런트로 이직했다.
그의 보직은 ‘관할이 없는 잡다하고 애매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스팀의 팀장이고 에이스팀은 ‘쉽게 말해 고충처리반’이다.
부하직원은 경찰 출신의 기연이 유일하며 신별과 기연이 탐정과 조수가 된다.
대학 시절 친구이자 재계 11위 조미 그룹의 한명숙 회장의 딸이며 신별을 스카우트한 장본인인 단장 홍희 또한 빠질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숨겨진 도청 장치의 범인을 찾고, 이해가 가지 않는 트레이드 제안의 진의를 파헤친다. 살인 현장에서 사진을 찍힌 구단 선수나 지역 고교 야구 행사의 까다로운 이벤트라는 트러블을 해결하고 유망주의 기록 향상의 비밀을 쫓는다.
구단의 문제를 수습하러 뛰어다니는 인물들을 쫓다 보면 신별의 아버지에 얽힌 미스터리에도 도달한다.
야구단이 주무대인 추리소설이기에 야구의 비중은 매우 높다. 야구팬이 아닌 독자를 배려해 야구 용어에는 주석을 달았다.
〈신별의 BASEBALL CAFE〉라는 야구 칼럼이 마지막 단편을 제외한 각 단편 뒤에 붙어있을 정도로 본격적인 야구소설이다. 야구 기자 출신의 신별이 쓰는 칼럼이라는 설정이니 각 칼럼은 공동 저자인 야구기자 이용균이 썼으리라 생각된다.
공동 작업으로 오랜 취재 경험을 통해 얻은 야구계의 뒷이야기들을 ‘야구’추리 소설로 풀어내기에 야구를 향한 사랑은 뜨겁다.
추리는 다소 아쉽긴 하지만 추리와 야구라는 씨실과 날실을 적절하게 엮었고 마지막 단편은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역시 〈스토브리그〉처럼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니 영상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예전에 모 구단의 프런트가 한 말이 기억난다. “우리도 국정원처럼 스포트라이트 없는 음지에서 일해요.” 그렇다면 ‘조국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이 아니라 ‘우승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쯤 되려나. 우승을 위한 소리 없는 헌신이라니……. 그 문구에서 공감 이상의 짠함이 느껴졌고, 바로 감동했다. 나도 그 세계로 동화되는 느낌이랄까. 기이한 힘이었다. 오늘 밤만은, 음지에서 뛰는 이 땅의 모든 프런트에게 경배.
《수상한 에이스는 유니폼이 없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