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한 관광지,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

아홉 번째 하루

by 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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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즈음 일어나 태양의 섬 티티카카로 갈 준비를 했다. 전 날 당일치기 배편을 30 볼에 예약했었다. 북부 선착장에서 내려주면 산길을 따라 걷다가 오후에 남부 선착장에서 다시 배를 타는 형식이다. 아침으로 구운 카레 살떼냐를 하나씩 사먹었는데(4 볼), 살떼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짜짱짱짱짱, 배를 타고 바다와 같은 호수를 건너면서 날씨는 참 화창했다. 오늘의 유람은 D와 C, 그리고 전세금부부님들이라 칭했던 분들과 함께했다. 이름을 그렇게 칭한 이유는 내가 그 날의 일기에 저렇게 적어 놓았기 때문인데, 좀 이상한 호칭이지만 그 분들의 이야기가 참 인상깊었었나보다. 한 달의 한 도시 저자이기도 한 데, 결혼 후 전세금을 빼 세계여행을 돌고 계신 분들이었다. 여행 중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설렘이기에 여행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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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면서 본 태양의 섬은 다소 황량하다. 태양의 섬은 티티카카 호수에 있는 6개의 섬 중 하나이다. 잉카인들은 태양과 달이 이 섬에서 태어났다고 믿었기 때문에 신성한 장소로 여겼다. 북부 선착장에 내리면 환영하는 표지판과 몇 척의 배, 낡은 건물 몇 채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호숫가에 소가 걸어다니는 낯선 광경과도 마주친다. 주변을 잠깐 살핀 후 산행을 시작했다. 북부 선착장에서 남부 선착장까지 걸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 1) 호숫가 가장자리 길을 따라간다. 2) 산의 능선을 따라 산행한다. 여기까지 와서 시시하게 가장자리 길을 걸으면서 유람을 마치기는 싫었다. 당연히 2)번을 선택했는데 역대급으로 힘들었던 기억이다. 여행했던 장소 중 가장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뒷골이 땡겨왔다. 지금까지 고산증세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증상을 보이고 말았다. 뒷골은 땡기고 발바닥은 아프고.. 나보다 체력이 약한 C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다같이 헛소리를 하면서 비틀비틀 올라갔다.


산 위에서 보이는 호수의 모습은 찬란하다. 사방이 물로 둘러쌓여 지금 이곳밖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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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관광소재인 태양의 섬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3시간 동안, 태양의 섬을 횡단하면서 우리는 총 3번의 입장료를 냈다. 10볼, 15볼, 5볼씩. 물론 그 자연 경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오고 그거에 대한 돈을 받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면 입장료를 한꺼번에 걷어야 할 것이다. 영세하기 때문일까. 체계화되있지 않은 시스템안에서 각자 자기배를 불리기 위해 징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랬다. 이 날의 일기에는 Isla del sol(태양의 섬)이 아닌 Isla del dinero(돈의 섬)이라고 적어놀 정도였으니. 조금 더 체계화 시켜 입장료를 한번에 받아 나누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섬에는 라마도 있었는데 라마의 크기 1/3도 안되는 꼬마 여자 아이가 라마를 끌고 있었다. 귀여운 애가 귀여운 애를 끌고 있다니! 자동적으로 카메라를 꺼내들어 사진을 찍고 내려놓는 순간 아이가 다가와 손을 내민다.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게 그 꼬마 아이의 유일한 생계수단일지 생각했다. 그리고 낯선이가 보이는 순간 자동적으로 손을 내민 순간이 다시 떠올라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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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기진맥진하며 남부 선착장쪽으로 내려왔다. 약 4시간 동안 걸었다. 북부와는 다르게 남부는 가게들도 몇 있고 숙박할 수 있는 건물들도 다소 있어서 약간 활기찬 느낌이었다. 너무나 지쳐있던 우리는 페트 콜라를 사왔는데, 시원하지도 않은 콜라를 태어나서 제일 맛있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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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코파카바나로 배를 타고 돌아왔다. 점심을 먹지 못해 동네를 돌면서 이것저것 먹어보기로 했다. D와 나는 먹을 것에 갈등이 없어 다행이었다. 가리는 것도 없고 역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해 무리없이 식도락을 즐길 수 있었다. 곱창을 튀긴 것은 질기지만 새로운 것을 먹어봄에 만족했다. 먹으면서 남미에는 왜 튀긴 음식이 흔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 모든 것을 13 볼에 해결!







해질녁을 눈에 담고, 늦은 밤에 전세금 부부의 호텔로 향했다. 간단히 술과 함께 담소를 나누기로 했다.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주셔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가치관을 나눌 수 있어 좋았고 여행이었기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던 가치있는 시간이었다. 후에 그 분들의 여행담에 나와 D의 이야기가 실린 것을 보고 신기하고 무언가 뿌듯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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