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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Jan 13. 2016

"엄마랑 여행이나 갈까?"

  약 2년여간 운영하신 세탁소 사업을  그만두셨다. 처음에는 힘차게 시작해보겠다고 다짐했던 가게는 지긋지긋한 짐으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들어오는 클레임 건과 저녁 8시까지 문을 열어두는 세탁소는 엄마의 삶을 메마르게 하기 충분했다. 아빠와 많은 고심 끝에 결정한 것이리라.


엄마랑 여행이나 갈까?


  모처럼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시간, 엄마는 나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셨다. 남동생은 평일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쁘고, 언니는 물론 매일 출근을 한다. 나는 작년에 대학교를 수료했기 때문에 시간에 여유가 있었고 여행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함께 가보고 싶었다. 당연히 좋다고 말했고 엄마는 나에게 부산이라는 행선지만 주시고 모든 계획을 일임하셨다.




  나에게 여행이란 쉬러 가는 것이 아닌 전투적으로 열심히 보고 열심히 먹는 것을 의미했는데, 엄마에게도 그것이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엄마가 좋게 편하게 즐겁게 여행을 누리게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힘듦'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말이다. 함께 머물 만한 적당한 호텔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계속해서 일해오신 엄마에게 조금이나마 기분 전환의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 여행의 요소들에는 여행을 같이 하는 일행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했다.  볼거리, 먹 거리, 즐길  거리뿐만 아니라 같이 가는 엄마가 느끼는 감정도 나에겐 굉장히 중요했다. 여행을 하면서 보니, 나의 엄마는 참으로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새로운 해에 새로운 여행을 했던 뜻깊은 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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