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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 Apr 17. 2019

사무실 책상도 브랜딩이라고 생각해

  입사하고 몇 개월 동안, 사무실 내 책상은 정말 깔끔했다. 깔끔하다기 보단 물건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원래 어지르는 것을 좋아하고 어수선하여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있었고 항상 짧은 기간으로 근무했던 회사 생활에 익숙해져 책상에 많은 물건을 놓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무언가를 놓기 시작했던 건 조카가 태어난 이후였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조카를 보기 위해 매일 언니 집에 들렀다. 그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틀 이상 못 보는 날이면 스마트폰 앨범을 열어 사진 속 조카를 보며 맘을 달래곤 했다. 앨범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작은 사진 하나를 인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괜스레 주변 눈치를 살피며 가위로 정성스레 사진을 오려냈다. 그리고 내 모니터 옆에 살포시 붙여놓고는 집중이 안될 때마다 조카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점심 먹고 자리에 앉아서, 퇴근할 때까지 조카는 알게 모르게 나에게 작은 행복이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책상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는 조카와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옆에 붙여놓고 일하는 직원도 있다. 거의 2주에 한번 꼴로 주말에 조카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조카 바라기이다. 나와 같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어서 같이 점심을 먹는 날이면 조카 이야기들로 시간을 채운다. 요즘은 얼마나 컸는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최근에는 공룡에 매우 빠져있다고도 했다.

  얼마 전에 내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신 분은 책상에 작은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시는구나 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어제는 화분 가장자리에 작은 모형들이 오밀조밀 끼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다양한 포켓몬들이 화분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으레 포켓몬들은 잘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화분의 자락에서 도란도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같다.




  물론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내 공간 책상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았을 때 편안함을 주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면 더할 나위 없다. 브랜딩은 그 이후의 사정이다.


  내 책상 오른쪽에는 책들이 대여섯 권 놓여 있다. 아침에 생기는 짧은 시간에 읽었던 책들도 있고 미처 읽지 못한 책들도 있다. 내 관심사가 자연스레 책상에 놓여 있게 되었다. 사무실에 있노라면 종종 이 책들로부터 동료들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내 책 목록을 처음 본 사람에서부터 자기가 읽은 책을 공유해주는 아름다운 순간들도 심심치 않게 다가온다. 대화로부터 소통하는 관계가 되어간다.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나를 소개할 수가 있다. 사무실 책상도 브랜딩이다. 내가 어떻게 책상을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해 놓느냐는 타인 시선 투영될 것이다.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고 나를 드러내고 싶다면 내일부터 책상에 무언가를 놓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에게는 편안함을, 상대방에게는 새로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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