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람한다는 것

네 번째 하루

by 슬슬

관광지 호스텔에서의 아침은 분주하다.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여행객들의 말소리, 발소리. 주섬주섬 일어나 간단히 조식을 먹고 오늘의 계획을 짜본다. 말했다시피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받고 쿠스코 근교 투어 패키지를 예약해야 한다. 그리고 쿠스코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쿠스코 투어 패키지

쿠스코 주변에는 마추픽추 외에도 구경할 유적지들이 참 많다. 이들을 하나하나씩 버스를 타고 구경하기엔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패키지를 이용하면 교통에 있어서의 장점도 있고 여러 개를 묶어서 한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일 것이다. 우린 두개를 예약했다. 하나는 내일 떠날 근교 유적지를 버스로 하루 종일 돌아보는 근교패키지(50 솔), 나머지 하나는 모레에 떠날 마추픽추 패키지(170 솔). 정하는 데에 머리가 좀 아팠다. 어느 곳을 볼지 정해야 하고 숙소여부, 식사 여부 등을 정하여 일종의 커스터마이징 화하여 패키지를 제공한다. 복잡하긴 해도 내가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으니 합리적이다.



볼리비아 비자 받기

보통 남미 여행을 할 때 대륙을 상향하거나 하향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 나는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하향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볼리비아 들어가기 전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페루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려면 리마나 쿠스코에 있는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택시를 타고(4 솔) 대사관의 주소를 보여준다(101 Oswaldo Baca, cusco).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다. 제출 서류를 꼼꼼히 확인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꼼꼼하지는 않았다.

살면서 너무 당연한 일을 까먹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때가 있는데... 비자를 받으러 가는데 여권을 호스텔에 놓고 왔다. D는 증명사진을 빼먹었다.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호스텔에도 다녀와야 하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도 찍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각자 일을 처리하고 대사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다니다가 홀로 떨어지게 되니 정신이 바싹 들었다. 택시를 타 서둘러 여권을 챙기고 대사관 앞으로 가니 D는 쓸쓸하게 길옆에 앉아 있다. 괜스레 반갑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비자는 빠르게 발급되었다. 숨 가빴던 오전이었다.




유람한다는 것

'돌아다니며 구경하다'라는 유람은 여행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다. 큰 목적지를 정해 두고 중간중간 돌아보며 새로움을 찾는다. 그 새로움은 활력과 즐거움을 준다. 언젠가 홀로 갔던 강릉에서도 그랬고 친구들과 함께 갔던 대만에서도 그랬다. 일상이 아닌 여행 이름표를 달았던 그 시간들은 마음껏 여유 부릴 수 있는 합리성을 주기에 참 좋았다.


택시를 타고 San Pedro 시장에 가보았다(4 솔). 유명한 쿠스코의 전통시장으로 다양한 물건들이 모여있다.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시장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꾸미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가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준다. 식료품, 공산품, 푸드코트 등이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식재료들, 발이 그대로 달려있는 닭, 화려한 무늬의 옷가지들은 눈을 즐겁게 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의 추운 날씨에 대비한 털모자와 목도리(36 솔)와 친구들에게 선물로 줄 라마가 달려있는 펜(15 솔)을 구입했다. 여행을 하면서 어렴풋이 가격비교를 해보았는데 이 곳은 관광지라 해도 비싼 편이 아니었다.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입해서 다행이었다.




또 걷다가 잠시 멈추어서 먹는 길거리 음식은 어떤가. 궁금함에 앞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다시 한번 먹어본다. 시장에서 점심으로 때웠던 수프와 생선요리(Sopa y Pescado; 4 솔), 그리고 간식으로 도너츠 비스무리와 살떼냐(La Salteña; 4 솔). 살떼냐는 남미식 만두인 엠빠나다(La Empanada)의 한 종류이다. 지역별로 만드는 방법이 가지각색인데 속재료로는 육류와 야채가 들어가고 튀기거나 굽는 방식으로 제공된다. 페루와 볼리비아에서는 구운 살떼냐가 많았는데 참 맛있었다.




En el marador de Cusco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와 이곳 저곳 둘러본다. 페루의 신호등은 재밌다. 보행자 파란불의 시간이 다 되면 밑에 있는 사람 모양의 신호가 걷는 모양에서 뛰는 모양으로 바뀐다. 골목을 걸어올라 가다가 한번 뒤를 돌아봤을 때 빼곡히 들어찬 집들의 모양을 보니 사진을 찍고 싶어 지고 과거의 건축물을 보며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둑어둑해지는 밤이다.




전날 밤, 숙소로 걸어가면서 한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크지 않은 이 곳은 묘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는데 오늘 만찬은 여기로 정했다. 들어가니 그곳은 직접 피자를 구워내는 화덕피자가 메인인 레스토랑이었다. 좋아하는 토핑이 들어간 피자를 고르고 치킨 요리를 주문했다. 마실 것은 페루 맥주 쿠스케냐(Cusqueña)와 옥수수를 이용한 전통 비알코올 음료 치챠(Chicha). 총 32 솔.





전망대 미라도르에서 한참 동안 쿠스코를 내려다 보았다. 아르마스 광장이 한 눈에 보인다. 어디가 산인지 경계도 모른 채 반짝임이 가득하다. 쿠스코의 밤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은 내가 유람하는 중이었기에 더 찬란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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