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잉카 당일치기

다섯 번째 하루

by 슬슬

당일치기 여행을 할 때는 패키지가 최고다. 빠르고 정확하게!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마추픽추를 가기 전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고로 투어 패키지를 선택했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아침 8시 30분에 나와 광장에서 투어 버스를 기다렸다.

쿠스코 근교에는 마추픽추외에도 볼 곳이 다양하다. 성스러운 계곡(우루밤바 계곡) 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보고 싶었기에 선택한 방문지는 피삭(Pisac),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친체로(Chinchero)로 총 3곳. 명랑한 가이드와 함께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유적지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통합 입장권(피삭, 오얀따이땀보, 친체로, 모라이포함)을 사야 한다. 70 솔에 구매 가능하며 2일 동안 유효하다. 이것을 모두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투어사에 별도로 투어 비용 50 솔을 지불했으니 총 120 솔에 당일치기 여행을 하는 셈이다. 점심과 교통 포함!

mapa-circuito-cusco.jpg 쿠스코 근교 지도, 교통수단은 기차와 버스 그리고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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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삭(Pisac)

성스러운 계곡의 시작에 위치해 있는 마을, 피삭은 잉카시대의 농경기술과 석조기술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현재 사람들은 살고 있지 않는 것이 무색할 만큼 건축물들이 견고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 지역의 맨 위에는 석조로 지어진 성채가 줄지어 있고 아래에는 드넓은 계단식 논이 있다. 지리적 특성과 남아있는 유적들로 추측하건대, 피삭은 군사적, 종교적, 농업적인 세 가지 목적으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라 한다. 성스러운 계곡의 시작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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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밤바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이야리(Illary)라고 불리는 뷔페 식당이었다. 뷔페는 여행 중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내심 반가웠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이것 저것 담고, 후식으로는 쌀과 우유를 이용해 만든 아로스 꼰레체(Arroz con leche)까지 클리어. 식사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음료는 별도였던 불편한 옵션이었는데 수중에 있는 현금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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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오얀따이땀보는 살아있는 잉카 마을이라고 불린다. 잉카 유적들이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마을이다. 쿠스코 근교 관광지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데, 마추픽추로 가는 기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유적들이 많고 활기가 넘친다.

IMG_2093.jpg 산에 숨겨 놓은 신의 형상과 삔꾸유이나

오얀따이땀보 템플을 등지고 마을을 바라보면 거대한 산 가운데에 눈에 띄는 것이 두개 있다. 왼쪽에 있는 것은 사람 얼굴의 형상이다. 가이드는 잉카 신화에 있는 신들 중 하나의 형상이라고 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은 삔꾸이유나(Pinkuylluna)라고 불리는 곡식창고다. 희한하게 산 가운데 놓여 있는 이유는 지리 특성상 빠른 부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기 까지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도 있다는데 오얀따이땀보 템플까지 올라가는 것도 숨 가빴기에 감상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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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체로(Chincero)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친체로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흰 성당 앞에 십자가가 이 곳 풍경과 묘하게 어울린다. 성당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나는 잉카 문명 안에 녹아있는 가톨릭 성당을 신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성당 앞에서는 좌판들이 들어선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친체로 주민들은 그 시간까지 생업을 위해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자영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던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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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에서는 버스를 타는 것 조차도 흥미롭다.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새롭고 창문을 지나치는 산봉우리에서의 풍경 또한 새롭다. 그래서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었는데 이 때문에 후회하는 한 순간이 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친체로를 향해 가고 있을 때는 해가 완전히 지고 난 밤이었다. 어두워 바깥의 풍경도 잘 보이지 않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옆에 외국인이 나지막이 OHMYGOD을 내뱉는다. 그가 향한 방향을 쳐다보니 거대한 달이 떠있다. 버스 바로 옆에 있는 산봉우리들 사이로. 생전 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크기의 어마어마한 달이 그곳에 가만히 서있었다. 소름이 도도독, 거대한 자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을 찍으려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던 나를 떠올린다.

가만히 있던 달을 가만히 지켜봤음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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