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하루
드디어 마추픽추로 향하는 아침이다. 마추픽추를 가는 길은 다양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보고 여건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우선 마추픽추 밑에 있는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에 도착해야 한다. 방법은 버스/기차/트래킹 중에 선택한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에서 마추픽추까지 가려면 역시 버스/트래킹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우리는 갈 때에는 철로를 따라 트래킹 한 후 아구아스깔리엔떼스에서 1박을 한 후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를 보는 것으로 정했다. 올 때는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와 페루레일을 타고 오얀따이땀보까지 오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을 패키지로 한번에 170 솔에 계산했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추픽추행 버스는 제외) 철로를 따라 산길을 걷는 것이 굉장히 운치 있고 특별한 경험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침 일찍 쿠스코에서 이드로엘렉트로니카(Hidroeletronica) 기차역까지 가는 버스를 올랐다. 비몽사몽인 채로 오얀따이땀보에 이르니 철로의 시작점에 데려다 준다. 중간에 잠시 쉬는 타임에 전 날 싸가지고온 피자를 냠얌. 기차 선로를 따라 걷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좋기도 했다. 상쾌한 마음으로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걷다가 잠시 멈춰있는 기차에 올라타 보기도 하고 자연과 그대로 섞여있는 낡은 다리에서 사진도 찍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연의 크기가 많이 많이 거대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즐거웠다. 웅장한 자연을 바라볼 때면 엄마가 떠오르곤 하는데, 이 같은 광경을 나만 보는 것이 참으로 미안했다. 조그마한 것에도 감탄할 줄 아는 우리 엄마, 꼭 다음에 같이 오겠다고 다짐했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 내내 노래와 함께했던 것 같다. 이 날 역시 조용한 산길을 음악으로 채우면서 걸었던 것은 역시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고 나중에도 그럴 것이다.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하곤 했는데 이는 정말 괜찮은 경험이었다. 노래와 함께했던 깨방정은 중간중간의 활력소였다.
그런데 정말 많이 걷긴 했다. 4시간을 훌쩍 넘게 걷고 나니 내 발바닥이 불쌍할 지경. D와 대화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침묵을 노래가 채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오고 우리가 너무 천천히 걸어 늦는 것은 아닌가 약간 불안했다. 옛날 옛적 나그네가 된 기분이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때쯤 저 멀리 보이는 조그마한 불빛이 얼마나 반갑던지! 필시 마을의 것이었다. 이런 첩첩 산중에 다른 것이 있을 린 없다. 보이는 불빛에 힘을 얻어 걸음을 계속했다.
이 날 우리는 산길 약 10km을 걸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이미 어둑어둑한 밤이다. 마을은 잉카문명의 마을이라는 느낌을 한껏 보여주는 곳이었다. 광장 한가운데 서있는 잉카인 동상과 한컷을 찍고 숙소로 향했다. 패키지에서 정해준 숙소는 조금 형편없었다. 따뜻한 물은 제대로 안 나오기 일쑤였고 광장에서 많이 걸어야 했다. 이번은 처음이라 그럴 수 있지만, 나중에 다시 오면 패키지 없이 그냥 직접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패키지로 왔던 다른 사람들과 저녁 그리고 맥주를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서둘러 돌아가 씻고 몸을 누이고 다음 날 보게 될 마추픽추를 상상했다. 드디어 보게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추픽추를 보는 느낌에 설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