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하루
추운 곳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마추픽추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라 새벽에도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5시에 일어나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왕복 19 달러).
아침 일찍 정류장에 나가니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구아스깔리엔떼스 마을에서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버스를 타거나 산 하이킹을 하거나. 어제 굉장히 무리를 했기 때문에 걷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평지를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등산하는 것은.. 자주 하지 않는 행동이다. 버스를 타니 꼬불꼬불한 산길을 계속해서 오른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 산길이 왜 무서운지 여기 와서 깨달았다. 도로 옆에 안전대 없이 보이는 낭떠러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 25분쯤 올랐을까 버스가 멈춘다.
버스에서 내리니 마추픽추로 들어가는 입구와 매표소가 보인다. 여행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보았던 곳인 것 같다. 우리는 마추픽추 가이드도 함께 패키지로 신청했기 때문에 가이드를 서둘리 찾았다. 마추픽추의 본래 뜻은 오래된 봉우리라는 현지어로 이 산의 이름이다. 반대편 산은 와이나픽추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오르는 것은 별도의 예약이 필요하다. 색다른 전망을 느낄 수 있다고 해 가보고 싶었으나 이미 이 날은 예약이 끝난 후였다. 색다른 전경을 한적한 분위기에서 느끼고 싶다면 2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할 것 같다.
입구를 지나니 여러 유적건물과 넓은 들판이 보인다. 돌아다니는 라마는 돌아다니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한바퀴를 빙 돌고 마추픽추의 유명한 전경을 볼 수 있는 산 정상 부근에 오두막으로 향했다(아랫줄 가운데). 올라가서 마추픽추를 바라보는 순간 뿌듯함이 먼저 들었다. 드디어 오게 되었다는 미묘한 뿌듯함이다. 항상 사진으로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다. 정상에 껴있는 구름들도 묘한 분위기를 더했다. 근처 잔디에 앉아 잠시 풍경을 감상해보기로 했다.
마추픽추는 불가사의 그 자체이다. 현지인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 보아도 아직까지는 제대로 확인되는 부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잉카 문명이 없어진 지 한참 후에 발견되었다. 그 잉카 문명에 대한 이야기도 역사와 신화 사이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전문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것은 군사적,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요새가 있고 다양한 신전들을 마추픽추에서 볼 수가 있다. 그래서 내가 드는 감정은 이런 광대한 건축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움이 다였다. 그 시대를 상상해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다. 충분할 정도로 눈에 오래 담고 싶어서 한참을 오두막 정상에 앉아 있었다.
우리의 다음 여정은 페루와 볼리비아 접경 지역, 코파카바나 도시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쿠스코로 돌아가야 했다. 올 때는 고된 도보 유람을 결정했으나 돌아갈 때는 좀 더 여유롭게 기차 유람 결정! 도보로 걸어갈 때 쌩하니 지나가던 기차가 얄미웠는데 타고 보니 참 평화로웠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오얀따이땀보로 가는 중이었다. 기차 옆자리에 탄 미국 할아버지는 남미 여행을 또다시 환기시켜주었다. 미국 할아버지와 나눈 대화와 투명한 천장 위로 보이는 페루의 하늘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