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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민 Nov 23. 2024

나를 우주의 티끌처럼 동시에 온 우주처럼 만드는 존재

산후우울증ㅣ약할때 강함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다

아기를 낳고 가장 처음 느껴본 부정적인 감정은 “나의 연약함과 무력함”이었다.


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된 이 감정은 요동치는 호르몬과 함께 뒤엉켜 나를 잡아먹었고 깊고 깊은 우울감으로 나를 이끌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울었다. 아침이고 낮이고 저녁이고 한 밤 중이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내가 걱정된 남편이 일이 바쁜 시즌이었음에도 매일같이 조리원으로 출퇴근했을 정도로 내 상태는 심각했다.




너무 너무 두려웠다.

아기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아서.


젖먹이는 일 조차도 제대로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죽도록 싫었다.


너무 너무 소중하고 너무 너무 사랑하면 내 모든 걸 다 주어서라도 그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지는데, 원하는 만큼을 해줄 능력이 없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마주한다는게 정말 힘들었다.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 나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무서웠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내가 인생에서 내본 그 어떤 용기보다도 더 큰 용기를,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부러질 것 같은 팔과 다리, 아직 힘이 없어 달랑거리는 목, 빠는 힘이 부족해 충분한 양의 모유를 섭취하지 못하는 입.. 불과 몇 일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이 연약한 생명이 나를 너무나도 초라하고 보잘 것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가장 강한 분이자 내 요청을 절대 거절하지 않으실.. 한 분을 의지했다.


주님 너무 무서워요 용기를 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조리원 내 방 내 책상에는 늘 성경이 있었다.

조리원 내 방에서는 매일 찬양이 흘러나왔다.


누군가는 ‘이 산모 엄청나게 홀리하네..’할 수 있겠지만 나는 정말 벼랑끝에 서있는 기분으로 하나님을 찾아야만 했다. 1분 1초라도 하나님을 잊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약함을 여실히 느끼는 그 시간이 하나님을 가장 강하게 붙드는 시간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내게 육아스킬이 생길수록, 내 연약함과 무력함으로 인한 우울증은 사그라들었고.. 기적의 100일이라는 말처럼, 100일쯤 흐르자 완벽하게 예전의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100일동안 얼마나 많은 기도를 했는지 모른다. 아이를 낳고 나는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졌다.)


그리고 아기에게 엄마가 온 우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육아가 유독 고된 날이면 지쳐서 웃을 힘도 나지 않기도 하는데, 그런 날에도 아기는 나를 찾고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걸 보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단호한 훈육으로 눈물을 흘려놓고도 또 내 품을 찾는다. 엄마가 미울만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틈을 타 점수를 따려고 ‘아빠한테 와~’하는) 아빠에게 가지 않고 내게 달려와 내 품에 본인 얼굴을 파묻는다.





난 너의 우주구나.

그 사실이 나를 얼마나 강하게 하는지 모른다.


너를 편안하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키우려면..

너의 우주되는 내가 먼저 편안하고 건강하고 행복해져야 하는 구나.


그래서 다시 또 하나님을 찾게 된다..







하나님,


이 생명이 저를 우주로 여기는데 저라는 우주는 사실 흠도 많고 부서지기도 쉽네요..


이 모습 이 대로 하나님께로 나아갑니다. 하나님의 힘을 의지하고 싶어 나아갑니다.


제게 사명으로 주신 이 아기를, 당신의 뜻과, 당신의 속도와, 당신의 방향과, 당신의 목적대로 키울 수 있도록.. 당신의 자원을 당신의 지혜를 허락하여 주세요.



약할때 강함되시는 내 하나님,

나의 약함을 자랑되게 하시는 내 아버지,

약한데서 온전하신 내 성령님,


제게 충만하게 임하셔서 그 충만함으로 이 아이를 대하게 하시고, 빛되신 당신을 먼저 따라가는 어미되게 하소서.


그래서 이 생명의 길로 아이 또한 이끌 수 있도록 하소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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