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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민 Nov 17. 2024

나를 가득채우고도 넘쳐흐르는, 폭포수 사랑

나의 양동이에서 그의 양동이로

한 생명을 10개월 간 품는 기간이 내게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은 아니었으나,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으로는 충분했다.  


하나님은 내게 말 그대로 ‘생명’이란 동아줄을 보내주셔서 나를 건지셨기 때문이다.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 눈물흘리던 내게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빛’으로 가는 ‘동아줄’이자 ‘징검다리’와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시작하신 이 생명의 선순환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님이 생명을 통해 나를 구하신 것처럼 나도 생명을 도와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들었다. 그래서 아기가 태어나면, 컴패션 1:1후원을 하겠노라 마음먹었었다.





그러던 중, 교회에서 컴패션 선데이가 열렸다.


존경하던 한국컴패션 서정인 대표님이 와서 설교를 하셨고 그 날 희망하는 사람들에 한해 1:1 후원 결연이 이루어졌다. 설교 시간 내내 눈물 콧물 흘린 나는.. 출산 후 하려던 후원을 이 날 부터 시작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었고, 감사하게도 남편이 흔쾌히 나의 의견을 따라주었다.





그렇게 우리 가정은 우간다에 사는 (당시) 1살 아기 제레미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대학원 시절, 우간다 바로 옆 국가인 르완다에서 NGO 활동을 했기에 우간다 아기와 결연이 맺어진게 반가웠다. 달마다 보내는 후원금과,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보내는 특별후원금도 함께 신청했다.


4만 5천원이 외벌이로 살아가는 우리 가정에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또한 얼마나 큰 금액인지 경험으로 알기에 그저 기쁘고 감사했다. (컴패션은 후원금의 80%를 어린이 직접지원에 사용한다.)





나의 작은 결심에 남편의 동의, 하나님의 축복이 더해져서 제레미야를 만나게 되었다.


이제 제레미야는 20살까지 아무 염려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생일에는 생일선물을 받고 성탄에는 성탄선물을 받는 우리에게는 아주 당연한 일들도 제레미야에게 당연하게 주어지게 되었다.


후원 전에는 막연하게 ‘내가’ 선물을 ‘주고’ 돈을 ‘내는 걸’로 생각했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원과 동시에 내 교만한 마음부터 꺾였다. 내가,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눈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물질과는 비교가 안되는.. 후원을 통해 더 귀하고 값진 것들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한 마음

선한 의지

선한 소망

선한 기도


내 주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을 시작하자 위와 같은 선한 것들이 내 영혼에 깃들기 시작했다. 실천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것들이다. 돈주고 살 수 조차 없기 때문에 돈보다 더 귀한 것들이다.





그리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비로소 엄마가 된 나는, 나의 부모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를 돌보신 하나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사랑의 깊이와 너비를 조금이나마 가늠하게 되고, 내가 얼마나 기적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내 생명보다 소중한 존재를 처음 가져보니, 그 생명을 버리고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이 내 평생에 폭포수같은 사랑을 쏟고 계셨다. 내가 하나님을 알지 못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십자가 사랑을 말그대로 ‘퍼붓고’ 계셨다.





그렇게 나는 생명을 품고 낳고 기르며 깨달은 폭포수같은 그 사랑이, 내 양동이를 가득채움을 느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도 다른 사람들의 양동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넘쳐흐르는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나 또한 그 사랑을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흘러보내는 일이 나와 우리의 사명 중 하나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양동이가 우간다에 있는 제레미야의 양동이였고, 그 외에도 르완다 한인교회의 양동이가 있다. 르완다에서 일하던 시절 섬겼던 한인교회 양동이에 적지만 일정한 금액을 매달 흘려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 선교단체 간사님의 양동이에 적은 금액이지만 주님이 주신 사랑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이렇듯 인우라는 생명을 통해 내 양동이를 넘쳐흐르게하신 주님이, 이제 넘치는 양동이가 된 나를 통해 다른 이들의 양동이로 그 사랑을 흘려보내고 계신다.


(어쩌다보니 흘러가는 사랑이 ‘물질’에 담긴 이야기지만, 사실 그 사랑은 ‘기도’에 담길 수도 있고 ‘함께 보내는 시간’에 담길 수도 있고 ‘눈물’이 될 수도 있고 ‘사역’이 될 수도 있고 ‘헌신’이 될 수도 있다.)


십자가 그 사랑에 감격해서 내가 받은 은혜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한번쯤은 남겨보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한번 용기 내보라는 말을 전해보고 싶었다.


후원단체들은 ‘외식 한 번 하지 않는 금액, 커피 한 잔 마시지 않는 금액으로 한 생명을 살리자’ 외치는데.. 나는 조금 다르게 외쳐보고 싶다.





나를 통해 흘러가는 사랑을 목도할 때 느낄 수 있는

더 큰 사랑을 우리 함께 느껴보자고..


다른 사람의 양동이를 채울때 영혼에 깃드는

선한 것들을 우리 함께 누려보자고..


예수님의 사역에 동참하며 알게 되는

십자가의 가치를 우리 함께 깨달아보자고






[언젠가 엄마의 글을 읽을 우리 아기에게]


사랑하는 아들 인우야,


엄마는 너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 잘 벌고 유명해지는 삶, 화려한 삶을 살기를 기도하지 않는단다.


‘인우’라는 이름의 뜻처럼 돋는 해의 아침 빛 같이(삼하 23:4) 어둠 속 사람들에게 빛이 되는 삶 살기를 기도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생명을 주는 인생, 궁극적으로 그 빛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는 인생 말이야. 그건 바로 이 땅에서 예수님이 하셨던 사역이기도 하지.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기,


너 또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전하는 삶 살기를.. 오늘도 이 엄마는 간절하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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