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명품 브랜드들도 이제는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전적인 타겟을 겨냥하는 것에 머물러 있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브랜드의 발전을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소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 브랜드만의 가치를 이색적으로 나누어본 명품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고객들에게 신선함을 선물했을까요?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에르메스는 명품 중에서도 명품이라고 불리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죠. 이들은 전세계 주요 매장에 '까레'(프랑스어로 '네모')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팝업 스토어는 이미 많이 하고 있잖아?'라고 생각하셨겠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니랍니다.
이들은 주력 상품을 결과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주력 상품이 탄생하는 과정에 대한 전시를 이어간 것인데요. 한켠에서 디자이너들이 직접 스카프 디자인을 그려나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찾아온 분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기도 하고, 스스로 화보 수준의 촬영이 가능한 포토존까지 마련해두었죠. 스카프 상품도 물론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다과를 즐길 수 있고, 작은 공간의 노래방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에르메스에서 여는 노래방이라니,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비록 명품 브랜드라는 장벽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재미 요소가 가득찬 팝업 스토어지만, 고유한 기술과 제품만의 색깔로 가득찬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독보적인 공간 속에 재미를 더해,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스며들게 한 것이 바로 이들이 생각해낸 마케팅 기법이죠.
역사가 깊고도 깊은 에르메스가 젊은 층의 고객들을 사로잡고, SNS 이용자까지 사로잡아 해시태그의 주인공까지 된 것은 여러 방면으로 인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공감각적인 요소를 살려 기존 고객층에게는 신선함을, 새로운 고객층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입 장벽을 활짝 열어준 브랜드가 되었는데요. 덕분에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활짝 열린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고객층을 넓게 차지하는 것 또한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큰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점점 거세지는 요즘, 집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휴식 시간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떠올려보자면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가 떠오릅니다. 언젠가부터 활성화된 이 서비스 덕분에 연령불문 모두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우리는 쉽게 제공받고 있죠.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샤넬은 이 플랫폼에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젊은 층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넷플릭스 영화를 제작한 것이죠.
제목은 'D-7 카운트다운(7 Days Out)'.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가 2018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 패션쇼를 위한 옷을 구상하고, 무대를 꾸며 쇼를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이들이 화려한 무대의 뒷모습을 영화로 보여주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샤넬, 명품 브랜드들 중에서도 가격데가 높은 제품이 많고 희소성도 큰 브랜드라고 대부분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관심도, 소비도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 위주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죠. 다르게 생각하면 소비자를 한정지었으니 제대로 고려할 노력을 하지 않는 브랜드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넷플릭스에서 소비자의 생각을 바꾸어보기로 결심합니다. 몇 년이 지나더라도 젊은 층은 비교적 꾸준히 사용하는 플랫폼을 직접 찾아간 것입니다. 이들은 직접 영화를 제작하며 왜 샤넬이 높은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설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었습니다. 넷플릭스 이용자들은 타의든 자의든 쉽게 샤넬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고, 덕분에 브랜드의 이미지도 유연해질 수 있었죠. 현재는 젊은 층도 충분히 찾고 즐길 수 있다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했던 명품 브랜드는 어떤 이미지였나요? 제품 수량도 지극히 제한적이고, 의도적으로 소비자들과 접촉을 피해오며 희귀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강하게 느끼지는 않았나요? 물론 이런 점을 장점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브랜드 스스로 하이클래스임을 과시하는 이미지를 높이 사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희귀성만을 강조한다고 좋은 브랜드라고 하기엔 어려운 시대가 왔습니다.
에르메스와 샤넬, 그리고 이전 글에서 소개한 구찌까지 모두 유명한 브랜드들이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 범위를 넓히기 위해 세대에 맞는 마케팅 수단을 이용했습니다. 다만 무턱대고 물건을 살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인식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비싸고 오래되어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값진 브랜드다-라는 과시하는 생각이 아니라, 어떠한 세대들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세련된 브랜드라는 것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타겟에게 공통적으로 다가간 방법은 타겟과 소통하고, 친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플랫폼에 직접 발을 들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것이죠. 지루하고 관심 없을 법한 명품 브랜드만의 역사와 철학이라 할지라도, 젊은 세대들이 추구하는 가치 있는 소비에 큰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현명한 선택이 되었습니다. 고유한 전통의 색은 지키면서, 시대에 맞는 혁신을 잘 섞어서 조화로운 모습으로 고객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브랜드야말로 진정한 명품다운 명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