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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Feb 12. 2019

괴롭힘에 대한 대처

유연한 사고와 판단의 중요성

SNS를 하다가 미국의 어느 한 중학교에서 열린 강연 영상을 우연히 보았다. 학교폭력에 대한 분석과 대처방법 등을 이야기하는 강연이었는데 영상은 강사와 학생 한 명이 무대에 올라와 상황극을 펼치는 내용이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학생이 계속해서 나쁜 말로 강사를 괴롭히고 그 안에서 강사가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넌 진짜 못생겼어!”, “넌 병신이야!”같은 욕설을 계속해서 퍼붓고 강사는 쩔쩔매며 나를 왜 괴롭히냐며 따지고 화도 내 본다. 하지만 그럴수록 돌아오는 것은 마음에 상처를 더 깊이 새기는 심한 말들뿐이었다. 실제로 학교폭력 중, 괴롭힌다고 화내고 따질수록 더 재미를 느낀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괴롭힘을 가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상대방에 비해서 우월하다 느낀다. 하지만 그들은 자중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행동과 언행을 일삼는다. 그것에 발끈하는 반응을 보일수록 자신의 우월감은 더욱 높아져 결국 녀석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 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그래, 난 못생겼어. 넌 잘생겼구나.” 강사의 태도가  체념과 인정으로 바뀌어 상황극을 다시 하자 가해 학생의 반응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자신의 부족함을 순수하게 인정하고 괴롭히는 상대를 오히려 높여주는 발언에 가해학생의 거칠던 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다물었다. 이내 가해학생은 “그래, 고마워.”라는 말을 머쓱하게 흘리며 극은 마무리된다.


지는 사람이 이기는 거다.


영상을 보고 딱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평소 나는 저 말을 싫어했다. 지는 게 어떻게 이기는 건지…그저 진 사람들이 하는 핑계에서 나온 말 같았다. 영상은 그러한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정확하게 집어주었다. 분명 말은 졌는데 승부에선 이겼다. 실제로 지는 게 이기는 것이 존재함을 느꼈다.


싸움이 무서워 애초에 포기하고 그저 자신을 깎아내린다면 분명한 문제다. 하지만 그저 자신을 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내 안에 부족한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함으로 나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포기와 내려놓음의 차이다.


괴롭히던 사람은 자신의 말에 반발이 아닌 동의를 얻었지만 우월감은 점점 내려갈 것이고 결국 허무함과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을 것이다. 지는 게 마냥 이기는 게 아니라 어떻게 유연한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승부의 결과를 결정한다.


그렇다고 마냥 자신을 내려놓으면 언젠가 분명 무시를 당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필요한 것은 낮춤보다 유연한 현명함이다. 만약 괴롭히던 사람이 말이 아닌 물리적인 폭행을 가했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그것은 우월감에 나오는 괴롭힘이 아닌 폭력이라는 범죄 행위이다. 그때는 지는 게 아니라 법적인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건 현명한 대처다.


싸우고 참고, 이기고 지고 무엇이 정의고 어떤 행동이 정답인가.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냐다. 틀어지지 않은 자신만의 올곧은 판단력.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우고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진짜 유연한 사고를 뜻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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