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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Apr 16. 2019

당신은 어디로 향할 건가요?

결국은 우리가 밟아야 할 길

보이지 않는 미래에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언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 채,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은 시작된다. 이 시간에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을 개발하는 좋은 생각들이 된다면 이것만큼 알찬 시간은 없을 테지만 한참 민감해지는 늦은 저녁의 감성에 좋은 생각은 어쩐지 조금 어색함이 느껴진다. 센티해지는 시간대이니 만큼 어둡게 내려앉은 밤하늘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대변해서 보여주는 것만 같아 불안함이 엄습하곤 한다. 아마도 용기보다는 ‘걱정’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밤에 하는 고민이기에 잠을 설치지 않을까.


깜깜한 방 안에서 혼자 끙끙 앓다 보면 결국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스스로 만든 의문에서 시작된 미래의 대한 걱정에 직접 해답을 찾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사람은 이 문제를 포기하기에 이르고 결국 실제로 잘하고 있었음에도 스스로 슬럼프라는 함정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생각들은 이상하게 끝이 보이지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다 못해 서로 엉켜 나를 가두어 버린다. 도저히 생각해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내 속에서 찾는 것보다 조금만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며 찾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어떠한 상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거나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들을 찾는 것. 혹은 마음속 어딘 가에 숨겨진 해답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거나. 내 생각 말고 내가 생각할 수 없었던 어떠한 방법을 제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다.


그렇다고 결과가 우울함에 찌들어버린 나를 웃게 해주는 행복바이러스가 될 거라는 확신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군가 나에게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창처럼 말로 따끔하다 못해 가슴 아플 정도로 일침을 가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새로운 나를 찾는 힐링여행이 고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약일수록 입에 쓰다는 말이 있듯이 어떠한 과정이 오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꼭 필요하다.


내가 마음의 갈피를 잘 잡지 못하고 불안정하던 때에 나에게도 어떠한 불씨가 필요했다. 불안하고 세상의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무언가를 간절하게 찾았다. 나는 슬럼프를 극복할 때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 때는 읽었던 시 한 편이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 숨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가지 않은 길 중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연이다. 이 구절은 몇 번을 읽어도 항상 내 마음을 두들긴다. ‘길’이란 것이 그렇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벽이 아무리 견고하고 높아도 언젠가 내 앞에 높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 시간은 멈춤 없이 우리를 데려가는데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녀석이 우리의 등을 미는 것에 얻은 추진력으로 벽을 뛰어넘든, 질질 끌려 부딪혀 상처를 입든 앞으로 나아감은 변함없다.


야속하지만 어찌 되는 결국 우리가 걸어야 하는 길이기에 싫어도 한 걸음, 힘들어도 한 걸음 내디뎌본다. 비록 그곳이 자갈밭이고 가시밭길이라도 내 발은 멈추지 않는다. 힘들면 가끔 멈춰서 숨도 고르고 천천히 주변도 둘러보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엔 또 순탄하고 아름다운 길가에 접어들기도 하니까.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수풀이 무성하고 위험천만해 보인다고 해서 갈 수 없는 길은 아니다. 누군가가 깔끔하게 깔아놓은 탄탄대로도 꼭 가야만 하는 길은 아니다. 모험 득한 길도, 깨끗한 길도 다 똑같은 길일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밟는 자신이 얼마나 확고한 신념을 갖고 나아가는지가 최종 도착지를 결정한다. 제 아무리 최신형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해놓는다고 해도 결국 내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로 중에
신호등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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