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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학 Jun 05. 2019

고통에 맞서는 자

상처가 아닌 단단한 굳은살이 될 거란 믿음

4월의 마지막 주를 달리던 어느 날, 이맘때쯤에는 항상 허무함을 가져다준다. 만개하던 꽃잎들이 비가 되어 떨어져 거리의 바닥을 수놓아 바람에 흩어지고 대중교통 안에는 다가온 중간고사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보이기도 한다. 날씨는 급격하게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더위에 금세 지친 모습을 보이다가도 쌀쌀한 저녁에는 또 오들오들 떨기도 한다. 그러다가 하나 둘 감기환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소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순간이다.


지방으로 대학을 편입한 친구는 일주일의 대부분을 기숙사에서 보낸다. 월요일 아침 일찍 내려가 목요일 저녁에 올라오니 막상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뿐이다. 편입생이니 친구도 없는터라 수업을 마치고 비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에는 꼭 한 번씩은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한다. 녀석을 보면서 외로운 타지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느낄 수 있었다. 늘 주말만을 바라보고 칼같이 집으로 올라와서 신나게 놀기 일쑤였던 녀석이 어느 날은 선전포고를 던졌다.


“야, 이번 주는 못 보겠다. 다음 주 시험이라 빡세게 공부하고 올라가야 돼.”


중간고사가 다가온 녀석은 일주일간 밤샘 공부를 시작해서 시험 끝나고 올라올 계획을 말했다. 미래를 항상 걱정하던 녀석은 결국 편입을 다짐했고,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아는 나는 진심을 담아서 녀석을 응원했다. 최대한 방해하지 않게 자주 하던 연락도 잠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틀 후... 점심시간에 전화 한 통이 울렸다. 공부에 지쳐 머리 식힐 겸 전화를 걸었나 싶었던 내 예상과는 다르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들은 꽤나 시끌벅적했다. 목소리 톤이 상당히 올라간 녀석의 목소리를 들으니 술자리란 것을 금방 눈치챘다. 룸메이트와 친해진 녀석은 밤샘 공부가 아니라 밤샘 술자리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목구멍까지 잔소리가 나오려다가 취한 녀석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싶어서 대충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러고 그다음 주 결과는 배신하지 않았다. 시험을 본 녀석은 망쳤다며 하소연을 했다.


사람의 어쩔 수 없는 본성 중 하나가 편한 것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좋음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고통이 더 중요하다. 내가 저 고통을 취함으로 얻는 결과물이 분명 나에게 이득이 될 것이란 것을 알지만 고통을 취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우선시 되며 결국 피한다. 나 또한 동기부여가 되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할 마음을 먹으면서 며칠이 지나면 마음이 또 식어서 게을러진다.




열정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잠깐의 다짐일 뿐이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일상이며 행동에 옮기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화려한 불꽃처럼 열정을 불태운다면서 결국 스파크 정도 내는 정도였다.


무슨 차이일까 생각해보니 결국엔 습관이었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것은 자신이 행함이라는 습관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나는 다짐에 비해서 내가 고통을 마주할 용기를 갖는 습관이 부족했던 것이다. 세상에 그냥 이뤄지는 꿈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 가시밭길은 최대한 피해서 돌아가려 한다. 행여 그렇게 정상에 도달한다 해도 그곳은 탄탄하지 못해 매우 위태로울 것이다.


견인불발(堅忍不拔) 굳세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뺏기지 않음


위대한 도약을 위해 한 발 정도의 퇴보쯤은 감안하고 나아갈 수 있는 다짐이 필요하다. 지금의 고통이 상처로 남는 것이 아닌, 단단한 굳은살이 되어 어떠한 흔들림에도 넘어지지 않고 굳건하게 견딜 수 있는 기둥이 되어줄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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