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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가장 Apr 11. 2020

더 나은 삶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

서평 41. 열두 발자국 _ 정재승 지음


#0. 책을 선물하다

  얼마 전 독서모임을 마쳤습니다. 이번 모임은 멤버를 모집할 때부터 ‘3개월 한정’이었습니다. 모임의 리더와 지원서를 통해 선발된 멤버들이 지난 3개월 동안 정말이지 ‘치열하게’ 책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모임을 앞두고 멤버 중 한 분이 이벤트를 제안 했습니다. 마지막 모임에서 각자 생각하는 ‘인생 책’을 가져와 뽑기 형식으로 나눠 갖는 이벤트였습니다. 다들 동의했고,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설레기까지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최근에 독서를 시작했기에 책 끈(?)이 짧은 터라 딱히 인생 책이랄 것도 없는 상태였기에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 관점을 바꿨습니다. 내 기준이 아닌, 받을 사람을 생각하기로요. 나눠 갖는 방식은 추첨이었지만, 마음속에 한 사람을 정해두고 책을 골랐습니다. 늘 성실한 태도와 믿음직한 모습으로 모임에 임했던 멤버였습니다. 특히, 저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기에 그 분께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책을 골랐습니다.


  대상을 정해놓고 그동안 읽은 책을 살펴보니, 의외로 쉽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열두 발자국’입니다. 저는 평소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전자책으로 책을 봅니다. 책을 잘 구입하지 않습니다. 출판사도 먹고 살아야하겠지만, 책으로 만들어질 종이와 종이를 만들기 위해 쓰러질 나무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책 선물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모든 선물이 그러하지만, 책 같은 경우는 원치 않는 선물의 경우, 읽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읽는 이의 경험과 지식, 관점과 철학에 따라 명저도 지루할 수 있으며, 가벼운 이야기라 할지라도 삶의 통찰을 전해줄 수 있을 정도로 상대적입니다. 이처럼 받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서, 사실 책 선물도, 책 추천도 조심스럽습니다.


  드디어 모임 날,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12명중 무작위 추첨을 했는데, 세상에, 신기하게도 딱 제가 원하던 그 분이 제가 준비한 바로 이 책을 가져가셨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하지만, 이분은 유난히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입니다. 행여나 이미 읽은 책은 아닐 런지, 저와 달리 실망하시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받아주시고, 기대가 된다고까지 말씀해주셔서 더 없이 좋았습니다. (12명의 멤버가 12주 동안 12권의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을 바로 이 책 ‘열두 발자국’으로 준비했습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 완벽한가요?ㅎ)



#1. 이 책을 선물한 이유

  저는 보통 책을 2번 읽습니다. 한번은 그냥 읽으며, 밑줄을 긋거나, 페이지를 메모 해 두고, 모두 읽은 후 밑줄 그은 부분을 한 번 더 읽습니다. 경우에 따라 타이핑을 하며 발췌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 ‘열두 발자국’은 밑줄과 발췌가 아주 많았습니다. 책 전체를 필사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소중한 분께 선물도 하고, 이렇게 서평까지 쓰고 있는 지금, 저는 ‘그를 닮고 싶은 마음’입니다.



#2. 정재승을 닮고 싶다

  ‘열두 발자국’은 정재승의 강연을 옮긴 책입니다. 강연 녹취록을 바탕으로 작성하여 일반 책과 달리 경어체를 사용했습니다. 마치 강의를 듣는 듯 편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강의 때 사용했던 사진, 그림 자료를 함께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책 중간에 ‘웃음’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정말 청중이 웃었을까? 싶은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허허. 농담입니다. 정재승님의 농담도 재밌었습니다.)


  강연을 옮겼기 때문인지, 책은 어렵지 않습니다. 듣다보면 아니, 읽다보면 ‘정재승’에게 빠져듭니다. 인생선배로서 진심어린 조언을 전합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뇌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저자이기에 그냥 조언이 아닌 근거 있는 조언이라 더욱 믿음이 갑니다.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정재승이라는 과학자를, 정재승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3. ‘정재승’이라는 사람

  책을 통해 느낀 ‘정재승’이라는 사람은 따뜻하고, 내면이 단단하며, 행복한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비록 일부 강연을 통한 성급한 일반화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 책에서 받는 느낌은 그렇습니다. 작가 뿐 아니라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따뜻함과 단단함, 그리고 행복함’을 전해줍니다.


  책을 통해 본 그는 따뜻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무얼 해야 할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조차 알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진심어린 응원을 전합니다. 이런 배려와 여유는 그가 겪은 시련과 그를 통해 얻어진 실력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물리학을 공부하여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면서 얻게 된 실력이 그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힘들 일도 해볼만하다고 여기는 모습은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강인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즐겁게 강연하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모습이 글에도 담겨있습니다. 그는 공부와 연구하는 것을 그 자체로 좋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생각하고 글을 쓰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지적 대화를 ‘진심으로’ 즐기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이제 저도 정재승님처럼 살고 싶어졌습니다. 정재승님처럼 따뜻하고, 행복하게, 내 일을 사랑하며 내일을 살아가고 싶어졌습니다.



#4. 정재승과 곰돌이 푸

누가 정재승님이죠? 껄껄.. 농담입니다 ^^


  책 표지에 정재승님의 얼굴이 있습니다. 문득 곰돌이 푸가 떠올랐습니다. 생각해보니 둘은 닮았습니다. 외모가 아닌 성품이 닮았습니다. (오해 마시길. 다만, 푸근한 인상은 둘 다 매력적이긴 합니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가 남긴 명대사 입니다. 책에서 정재승님은 인생을 탐험에 비유합니다. 인생이라는 탐험은 결코 편안하지 않습니다. 늪과 계곡, 절벽과 낭떠러지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지도와 다른 길이 펼쳐지기도 하며, 심지어 자신만의 길을 새로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경우도 흔하게 겪습니다. 그렇다고, 인생이라는 탐험이 힘들고 고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이 고된 여정을 달래주기도 하고, 정겨운 새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기도 합니다. 때론 예상치 못한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구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탐험을 가족이나 친구, 동료나 연인과 함께 떠납니다. 함께 눈을 맞추고,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 손을 맞잡으며 말이죠. 그러니, 인생이라는 험난한 탐험 역시 “매일 행복할 수는 없어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을 것”입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분들, 지금까지의 걸어온 길이, 그 간의 노력이 과연 맞는지 의심하시는 분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겁먹지 마세요. 우리는 실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행여나 잘못되었으면 다시 고치면 됩니다. 좋은 의사결정이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조정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실행을 통해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의심하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이 탐험의 경이로움으로 가득차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덧)

선택, 결정, 욕망, 결핍, 실패, 두려움, 성장, 성숙, 놀이, 질문, 울림, 습관, 에너지, 새로 고침, 믿음, 미래, 불안, 창의성, 운동, 독서, 여행, 지적 대화, 이해, 판단, 행복, 도전, 준비, 위험 관리, 아이디어, 시도, 탐험, 경이로움, 응원

  책에 주로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더 자세한 얘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본 서평은 책의 내용을 옮겨적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원문 : 백가장의 북로그

https://bsread.tistory.com/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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