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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가장 Dec 21. 2020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독서산문 63] 삶을 위한 수업 _마르쿠스 베른센 지음(오연호 옮김)


 

  새벽 4시 반. 전날 야근을 하며 커피를 너무 마셨나 보다. 겨우 잠드는 가 싶었는데, 어느새 아침이다. 아직 아내와 아이들은 한 밤중이다. 나는 곤히 잠든 그들을 바라본다. 더 자고 싶다. 하지만, 그들이 잠든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없다. 아빠 노릇은 쉽지 않다. 종일 업무에 시달리고 집에 오면, 아이들과 놀아주고, 집안을 정리해야 한다. 늘 피곤한 일상이지만, 이렇게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것들이 나를 지금의 행복으로 이끌었지 않은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더 나은 행복을 위해, 나는 오늘도 졸린 눈을 비비며, 책상에 앉는다. 피곤한 일상을 버티고 또 버텨본다.



  나는 행복하다. 아니, 행복하다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휴일 날 놀아달라는 아이들에게 ‘나도 좀 쉬고 싶다’며 화를 내는 내 모습에 나도, 아내도, 아이들도 놀랐다. 바로 사과하기는 했지만, 두려웠다.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행복은 뒷맛이 쓰다. 내 삶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다. 어쩌면,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가는 동안의 고통을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화를 낸 후 모든 것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삶은 드라마가 아니고, 일상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바쁘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씩이라도 고민한다. 진정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내 가족이, 그리고 내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방법은 없을까?     


  책 ‘삶을 위한 수업’을 읽은 것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덴마크, 세계적으로 행복한 나라. 그들의 삶은, 그들의 교육은 ‘자살률 1위’라는 우리와 뭔가 다른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지 않을까? 물론, 단순한 비교는 맞지 않다. 그들은 우리와 역사와 전통, 삶의 방식과 가치의 우선순위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리고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키는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것이 바로 ‘당연한 일’이다. 이 책은 ‘당연한 일을 마땅히 해내는 사람들’ 바로 덴마크를 대표하는 10명의 선생님을 통해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앞서 말했듯, 우리는 그들과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근대사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 그리고 초고도 압축성장까지. 우리는 그야말로 참혹한 역사를 딛고 일어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바로 이러한 눈부신 성과에 있었다. 수많은 수탈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에서 우리는 배가 고팠다. 우선 그게 급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주도해서 경제를 이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의 행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배고픔은 해결되었지만, 곪고 아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수십 년을 바삐 움직였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한 덕분에 이 정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여유가 부족하다. 기다리지 못한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둘러볼 겨를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최적화된 행복의 경로를 찾고 싶어 한다. 기업의 리더는 직원의 성과를 계량화해서 줄을 세웠다. 집단의 평균을 정하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자는 혼을 내고, 웃도는 자는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극대화했다. 일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은 안타깝게도 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여전히 학교에서 성적은 절대적이다. 아이들은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 밤잠을 포기한다. 그들은 나중의 성적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뒤로 미루는 법을 배운다. 성적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집단 괴롭힘, 학교 폭력을 낳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과연 즐거운 곳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학교는 가야만 하기에 가는 곳, 참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버텨내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마치 내 일상을 보는 듯하다. 덴마크의 학교가 행복한 사회의 축소판인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의 학교는 각박한 현실의 축소판인 것만 같다. 현실이 이러한데, 우리의 아이들은 과연 학교에서 행복한 삶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그동안 좋은 성적은 일류 대학, 안정된 직장의 발판이었다. 그리고 안정된 직장은 부와 행복의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큰 부자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노력하면 굶지 않고 먹고 살 정도의 삶을 살 수 있다.(행복한 삶에서 경제적 여유는 반드시 필요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경제적 여유는 각종 고지서를 감당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행복한 삶은 일부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모습의 행복을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그것들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는 없을까?     



  학교는 기본적으로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지식을 배우고, 세상을 배우며, 삶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덴마크의 학교는 아이들이 지식뿐 아니라 삶을 배울 수 있도록 세심히 배려하고 있어서 부럽기만 하다. 그들은 아이들이 새로운 지식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호기심이 꺾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준다. 무엇보다 성적이라는 잣대로 줄을 세우지 않는다. 아이들이 새로운 도전 앞에 주눅 들지 않도록,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그 어떤 도전에도 당당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실수하고 실패할지언정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살펴준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덴마크의 아이들은 서로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것은 한두 과목을 잘 가르친다고, 한두 번 칭찬했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와 관심,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필요하다.


  아무리 학교가 잘 가르친다고 해도 그들이 세상으로 나오기를 꺼려한다면 헛일이다. 모든 아이들은 언제가 되었든 누구나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세상에서 자신의 몫을 담당하며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교육의 목적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한 인격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세상은 아이들이 하루빨리 세상으로 나오고 싶게끔 보여야 한다. 세상은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여야 한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누구에게나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 말이다. 그러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러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의무도 생겼다. 또한 각자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내야 할 의무도 생겼다.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그래야만 한다.     



    새벽 4시 반. 나는 곤히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늘 피곤한 일상이지만, 이렇게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자격증 때문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더 전문적으로 해내기 위해, 그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노력이 누군가의 행복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기꺼이 살아간다. 피곤한 일상이 행복하기만 하다. 오늘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세상의 행복에 기여하는지 말해줘야겠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나는 이 책 ‘삶을 위한 수업’에서 이 질문에 답을 얻고 싶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질문이 틀렸다. 고민할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질문을 이렇게 고쳐본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위 글은 책의 내용을 옮겨적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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