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토와 에이린

에이린-7

by 베르나

사람은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특히 그것이 '편안함'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빠르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내 꿈에 집중하는 것이 더 쉬웠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탈출구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카페 일과 집을 오가는 생활 속에서 중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카페 주인은 나에게 글을 쓸 기회를 주었지만, 나는 단 한 마디도 적지 못했다. 편안함이라는 늪 속으로 속절없이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달이 바뀌고 계절이 지나도록 문장 하나 써 내려가지 못했을 뿐더러, 책 한 권조차 읽지 않았다.

​비 내리는 어느 날, 나는 노트와 펜을 앞에 두고 카페에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추운 날씨와 빗줄기 때문에 볼일이 없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덕분에 손님은 없었다. 그때 카페 주인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앉았다.


​"오늘은 영감이 잘 안 떠오나 보네." 그가 말했다.


​나는 얼굴이 붉어진 채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사실, 안 떠오른 지 꽤 됐어요."


​"창작이란 건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면 살아가고, 느껴야 해. 읽고, 여행하고, 들으면서 말이야... 에이린, 오해하지 말고 들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지켜본 바로는 넌 그저 소비만 하고 있어."


​그는 친절과 선의 뒤에 숨겨진 특유의 거만함을 얼굴에 띄운 채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질리도록 봐온, 내가 가장 잘 아는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도움이라는 핑계로 상대방의 부족한 점을 들춰내고 싶어 안달이 나곤 한다. 일단 첫 번째 돌을 던져보고, 상대의 반응에 따라 그 다음을 결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사장님도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만의 작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배려해주시는 점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전 제 업무를 단 한 번도 소홀히 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우린 그저 고용주와 직원이라는 관계의 선을 지켰으면 합니다."​나는 최대한 차가운 말투로 대꾸했다.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다. 네가 스스로를 가둔 그 껍질을 깨지 못한다면, 넌 계속 그 빈 노트만 바라보게 될 거야."


​그렇게 나의 편안했던 시간들은 뒤로 밀려났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