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영주자격 취소, 그러나 체류자격 부여

그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 때문에

by 백수웅변호사

그가 내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왔을 때, 손에 쥔 것은 여권도 비자도 아니었다. 얇은 통지서 한 장이었다.


“영주자격 취소."


종이의 모서리가 손때에 눅눅했다. 여러 번 접었다 펴며 읽은 흔적—문장보다 먼저 불안이 닳아 있었다.


그는 오래전, 한국에 들어올 때 ‘자기 이름’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위명여권. 입국의 시작부터 법은 그를 ‘들어와선 안 될 방식으로 들어온 사람’으로 분류한다. 출입국관리법 제7조 제1항이 요구하는 유효한 여권과 사증이라는 출발선에서, 그는 이미 한 번 미끄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미끄러짐은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체류자격 연장, 귀화 신청, 영주권 심사—서류가 삶을 뒤적이는 순간, 과거의 다른 이름이 튀어나온다.


문제는 “지금”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정을 꾸렸고, 아이가 있었다. 배우자는 병원 치료가 길어지고 있었다. 그는 묻지 않았다. “추방되나요?” 대신 “제가 나가면 이 집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법은 종종 ‘사람의 사정’을 문장 끝에 작게 적어두는데, 그 작은 글씨가 이번 사건의 유일한 길이었다.


우리는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했다. 위명여권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 싸움의 성격은 “진실 게임”이 되어버린다. 출입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행정 절차를 속이는 패턴’이고, 그 프레임에 들어가면 어떤 선행도 설명이 아니라 변명이 된다. 그래서 전략은 반대로 갔다. 부정이 아니라, 정리. 다툼이 아니라, 재설계.

핵심은 두 갈래였다.

첫째, 영주자격 취소 자체는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을 취득한 경우, 법은 취소를 허용한다. 이 부분을 무리하게 막으려 하면, 이후 남겨질 선택지—즉 “계속 체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자격”—까지 함께 무너질 위험이 있었다.

둘째, 그래서 우리는 ‘취소 이후’를 준비했다. 영주권이 취소되더라도, 국내 체류의 필요성과 생활 기반이 인정되고 일반 체류자격 요건을 갖추면, 다른 자격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다. 그가 잃을 수 있는 것은 F-5였지만,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은 “지금의 가족 기능”이었다.


문제는 ‘품행’이라는 단어였다. 공문서 속의 품행은 인간의 선량함이 아니라, 법령 위반의 기록과 패턴이다. 위명여권은 출입국 행정에 대한 중대한 기만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착하게 살았다”는 추상 대신, 구체적인 시간의 증거를 세웠다.


범죄 전력의 부재, 성실한 경제활동의 기록, 세금·보험료 납부, 아이의 양육과 돌봄의 구조, 그리고 배우자의 치료 과정. 특히 배우자의 건강 상태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체류 필요성의 중심축이 된다.


누가 병원 동행을 맡는지, 치료 동의서와 간병의 공백이 생기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삶의 디테일이 곧 법적 주장으로 바뀌었다.


절정은, 그가 “예전에 급해서” 제출했던 몇 장의 서류였다. 그 서류들은 위명여권과 연결된 생활의 잔가지처럼 얽혀 있었다. 그대로 두면 ‘부정한 방법의 연장’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이제는 급함으로 밀어붙이면 안 됩니다. 급함은 다시 의심을 부릅니다.”

우리는 서류를 다시 해부했다. 무엇이 사실을 오염시키고, 무엇이 사실을 증명하는지. 그리고 결론은 하나였다. 위명여권의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체류 근거를 ‘본인 이름’으로 다시 세우는 것.


배우자의 치료와 가정 유지라는 인도적 사유를 중심으로, 일반 체류자격—그에게는 F-2가 현실적 목표—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결과는 ‘승리’처럼 요란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영주권은 취소되었지만,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체류의 틀을 다시 확보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기억난다. “이제 제 이름으로 숨 쉬는 느낌입니다.” 법은 한 번의 위명으로 사람을 오래 붙잡아두지만, 동시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절차를 남겨두기도 한다. 그 좁은 길을, 우리는 문장과 증거로 넓혔다.


그리고 나는 그 통지서의 눅눅한 모서리를 떠올린다. 종이가 닳는 만큼 사람이 닳지 않도록, 법률가의 역할은 때때로 ‘현실의 다음 칸’을 만들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영주자격(F-5, 영주권) 신청 및 취소사유에..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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