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서류 제출, 영주권 취소, 그리고 절차상 하자

서류 한 장이 건너지 못한 밤 – 영주권 취소라는 이름의 절차

by 백수웅변호사

그날, 그는 아무 종이도 받지 못한 채 건물을 나섰다.

“취소입니다.”

담당 공무원의 말은 짧았고, 설명은 없었다. 영주자격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은 구두로 전달됐지만, 무엇을 근거로, 어떤 절차를 거쳐 내려진 판단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돌아가도 된다는 손짓을 받았을 뿐이다.


영주권은 체류자격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지위로 여겨진다. 단순히 비자를 연장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의 생활 자체를 전제로 한 법적 지위다.


그래서 법은 영주자격을 취소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출입국관리법 제89조의2는, 영주자격을 가진 외국인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영주자격을 취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서도 출입국 당국은 그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영주자격 변경허가 신청 당시,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아님에도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제출했고, 그 과정에서 숨겨진 사실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판단의 방향은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영주자격 취소는 제89조의2에 근거하지만, 그 절차는 출입국관리법 제89조 제2항과 제3항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점이 자주 간과된다. 법은 취소사유를 인지한 경우, 곧바로 자격을 박탈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출입국·외국인관서가 영주자격 취소를 검토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에게 취소하려는 사유와 출석 일시·장소를 출석일 7일 전까지 통지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형식이 아니다. 외국인에게 “왜 문제가 되는지”, “무엇을 다투어야 하는지”를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 다음 단계는 의견진술이다. 출입국관리법은 영주자격 취소와 같이 중대한 처분에 대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예정하고 있다. 전화나 문자로 출석을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취소사유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출석 요구는, 실질적인 방어권 보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견진술과 함께, 출입국 당국은 사실관계 조사를 진행한다. 제출된 서류, 출입국 기록, 혼인관계의 실질, 관련 진술 등을 종합해 ‘부정한 방법에 의한 취득’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실무에서는 이를 흔히 ‘사범심사’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는 사실관계 조사와 취소 여부에 대한 심사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결정이 내려진다.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이 작동한다. 영주자격 취소는 체류와 활동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처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문서로 통지되어야 한다.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처분의 내용을 명시한 처분서를 작성·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두 통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사건에서 출입국 사무소는 바로 그 지점을 놓쳤다. 영주자격 취소 사실은 구두로만 전달되었고, 처분서는 교부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취소 사유도 문서로 통지되지 않았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내용 이전에 ‘방식’이었다. 긴급성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만한 사정도 없었고, 영주자격 취소가 ‘경미한 사안’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법원은 결국 이 처분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절차적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이유였다. 영주자격 취소라는 결과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법이 정한 틀을 벗어났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다만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영주자격이 취소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자동으로 출국되는 것은 아니다. 영주자격 취소 이후에는 사안에 따라 출국명령이나 강제퇴거명령이라는 별도의 처분이 이어질 수 있다. 영주자격 취소와 출국조치는 법적으로 구분되는 단계다.


또 하나,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89조의2 제2항은, 영주자격이 취소되더라도 대한민국에 계속 체류할 필요성이 인정되고 일반체류자격 요건을 갖춘 경우,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일반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주권이 취소되면 모든 체류 가능성이 즉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이는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이 사건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단순하다. 영주권 취소는 ‘사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가 따라오지 않으면, 국가의 판단도 법 앞에서는 멈춰 선다. 서류 한 장, 통지 한 번, 의견을 들을 기회. 그것들이 빠진 순간, 가장 단단해 보였던 행정처분은 의외로 쉽게 흔들린다.


그날 밤, 그가 받지 못했던 것은 종이 한 장이 아니라, 법이 보장한 시간이었다. 준비할 시간, 설명을 들을 시간, 다툴 수 있는 시간. 이 사건은 그 시간을 되돌려 놓은 기록으로 남았다.


※ 본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되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수정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법률사무소 어스에 문의주세요.


영주권 신청 및 취소 사유- 영주권 신청 불허..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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