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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그리고 조국

by 백수웅변호사

1. 난 정말 조국 교수님을 좋아했다. 대학 강연, 특강 때마다 조국 교수님을 보러 갔다. 이명박근혜 시절, 조국 교수님의 사이다 발언에 환호했다. 책도 잘 쓰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 그런데 어느 순간 '어'라는 의문이 들었다. 탄핵 이후, 조국 교수님이 문재인 정부 캠프에 들어간 것이다. 사회도 보시고 꽤나 적극적으로 활동하신 것 같다. 조국 교수를 좋아했기에 이해했다. 혁명이라면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촛불 혁명을 완성을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 난 조국 교수를 지지했다.


3. 또 '어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조국 교수는 초대 민정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사실 조국 교수는 권력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정치와는 늘 거리를 두었고 학자로서의 자존심도 꽤나 쌔 보였기 때문이다. 민정수석이 높은 자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유로움 측면에서는 서울대 교수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조국 교수가 서울대 교수를 휴직하고 정치색이 강한 민정수석으로 갈지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조국 교수를 더 이상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켜보기로 했다.


4. 이제 더 이상 난 조국 교수를 지지할 수 없게 되었다. 조국 교수는 다시 법무부 장관을 간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검찰, 사법개혁의 완성 때문이라고 한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었을 때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 조국 교수가 완성하고자 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등을 열렬히 지지할 수 있지만 조국 교수는 왜 자기 스스로 이러한 감투를 쓰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 교수라면 모든 개혁을 마무리 할 수 있다는 믿음들에 강한 회의감을 갖고 있다. 과연 조국이면 사법개혁을 완성할 수 있을까.


5.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우려된 건 조국 교수도 '권력의 맛'에 취한 흔한 범인처럼 행동했다는 점이다. 민정수석 때 조국 교수가 추진했던 검찰개혁 등은 좌절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했다고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필요한 입법에는 실패했다. 조국 교수는 더 큰 권력을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법무부 장관의 후보로 지명되었다. 따지고 보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의지가 없어서 검찰개혁 등을 못한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지금 국회의 구성상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된다고 한들 달라질 건 하나도 없다. 여야 갈등의 골을 깊어질 뿐이다. 허무함은 더할 수밖에 없다. 더 무서운 건 조국 교수 스스로 빠진 권력의 맛에 있다. 스스로 멈추지 못한다면 조국 교수는 더 큰 권력을 꿈꿀 것이다. 자신만이 정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자는 악으로 몰 것이다. 그게 정치라는 흔한 변명을 할 수도 있다.


6. 최근 서울대 학생들이 부끄러운 동문으로 조국 교수를 뽑았다고 한다. 서울대 학생들이 보수적이어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로 '권력의 맛'에 취해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조국 교수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렇게 비판했던 권력에 그는 스스로 굴복한 것처럼 보였다. 권력 앞에서 변하는 인간의 한없이 약한 나약함을 보면서 우리 삶의 변화는 정치를 통해 이뤄질 수 없다는 허망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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