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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Nov 03. 2023

비틀즈의 마지막 곡, Now and Then


비틀즈 마지막 싱글 Now and Then 발매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 앨범이 11월 2일에 발매되었다. 이 문장에는 의문점이 상당하다. 비틀즈는 해체한지 50년이 넘었고, 지금은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싱글 Now and Then은 멤버 전원이 참여하여 완성시킨 곡으로, 비틀즈의 마지막 곡이 맞다. 


Now and Then은 존의 사후에 발견된 데모 테이프의 수록곡인데, 그 당시 기술로는 피아노 소리와 존의 목소리를 분리할 수 없어 비틀즈 멤버들이 곡을 완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데모 테이프에 수록된 곡들 중 Free as a bird와 Real love만 발매되었고, Now and Then은 작업이 중단된 채로 머물러있었다.


그 이후로 30년이 지난 후, 비약적으로 발달한 인공지능 덕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피터 잭슨 감독이 2022년에 발표한 비틀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다.


피터 잭슨 감독은 AI 기술을 활용하여 데모 테이프의 잡음과 악기 소리를 걷어낸 뒤 존의 목소리만을 선명하게 복원했고, 그 직후 링고와 폴은 Now and Then의 작업을 재개했다. 90년도에 작업했던 조지 해리슨의 기타 솔로 파트를 살리고, 폴의 베이스, 링고의 드럼, 현악기를 더하자 마침내 Now and Then이 완성되었다. 비틀즈 해체 후, 한 세기의 1/4 정도가 지날 만큼 오랜 기다림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https://youtu.be/APJAQoSCwuA?si=3dq00-eA08Y6v1vt




'비틀즈다움'의 핵심은 첨단 기술


비틀즈가 유명한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Now and Then의 작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틀즈는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데 매우 관심이 많았다는 폴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과감함이 바로 비틀즈다움의 핵심이다.


녹음한 테이프를 거꾸로 틀거나, 재생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거나, 외국의 전통 악기를 사용하거나, 멤버 전원이 다른 밴드 멤버인 척 꾸며낸 컨셉 앨범을 만들거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거나, 낯선 코드 진행을 시도하거나, 서로 다른 두 노래를 합치거나, 히든 트랙을 만들거나, 동물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넣는 등 비틀즈가 음악에 접목한 '낯선 시도' 목록은 상당하다. 




존의 아들 션 레논 또한 다큐멘터리에서 '아버지라면 이 작업을 좋아했을 것이다. 녹음 기술을 실험하는데 절대로 부끄럼이 없으셨으니까'라고 말한다. 


폴 매카트니 또한 틱톡에 숏폼 영상을 올리고, 딥페이크 기술로 젊은 시절 모습을 복원하여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젊은 후배 뮤지션과 협업하며 트렌디한 앨범을 발매하는 등 기존의 음악에 새로움을 더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니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이 AI 기술을 통해 마무리된 것 또한 완벽하게 비틀즈다운 마무리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극히 비틀즈다운 마무리를 보니 이런 물음이 떠오른다. 나는 나의 결과물에 나다운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떠오르는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나다운 게 뭔지 모르겠다면 무엇을 나다움으로 삼을 것이며 그건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비틀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메시지


비틀즈는 노래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적마저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전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세계적으로 대단한 밴드여도, 그 밴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계기까지도 늘 웅장한 건 아니다. 나도 아주 작고 사소한 호기심을 계기로 비틀즈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릴 때의 나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그렇듯 비틀즈에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그당시에 좋아했던 작가가 신작 제목을 비틀즈 노래에서 따왔다고 하길래 노래 제목을 검색해 보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골든 슬럼버는 당황스러웠다. 좋은 노래인 건 맞는데, 왜 이렇게 좋은 노래가 갑자기 맥락 없이 끝나는 거지? 그 물음의 답을 찾다 보니 어쩌다 비틀즈의 에드 설리번 라이브 공연 영상을 보게 되었고, 조지 해리슨이 서정적인 멜로디에 맞춰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이 순간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비틀즈의 노래, 그다음에는 멤버들의 관계, 마지막으로는 비틀즈가 대중음악사에 끼친 영향을 알아갔다. 그 당시 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비틀즈를 대단한 위인이나 롤모델의 행적을 탐구하듯 살피는 것만이 애정을 표현할 유일한 방식이었다.


이제는 공부가 아니라 어떻게든 행동하고 성과를 내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비틀즈에 대한 애정도 많이 줄었다. 더는 비틀즈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비틀즈 신곡을 들으며 이전의 비틀즈 노래들을 다시 들어보니 어릴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1) 순전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소중하다


 스포티파이에서 비틀즈를 검색하면 앨범 커버 밑에 해당 앨범이 언제 발매되었는지도 보인다. 비틀즈는 데뷔한 이후로 계약서에 따라 매년 앨범을 냈는데, 학생이 아닌 성인의 입장에서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니 정말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실감이 났다.


라이브 공연, 기자 인터뷰, 화보 촬영, 영화 촬영, TV 방송 및 라디오 출연, 월드 투어, 팬미팅, 팬레터 답장 등등 모든 일정을 소화하면서 매년 작사 작곡을 했다고? 심지어 존 레논은 그 와중에 책도 썼다. 비틀즈 해체 후에도 그들은 모두 각자의 스타일대로 음악을 만들었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또한 아직도 앨범을 낸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아니라면 이들의 작곡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까. 돈 때문에, 인정 때문에, 이미지 때문에, 미래 때문에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포기하기 아주 쉬워진 세상에서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을 목적으로 일관되게 지속하는 행동은 얼마나 귀중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진심으로 순수하게 좋아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까? 돈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미래가 안 보여서 좋아하는 일에 자신감을 스스로 깎았던 지난 시간들의 의미를 찾는데 이 질문들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2)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말자


링고는 비틀즈의 상징이었던 덥수룩한 머리를 바짝 잘랐다. 조지는 언론이 뭐라고 조롱하든 종교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존은 영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새로운 시도를 열린 마음으로 내 삶에 받아들이고 있나? 탕후루, 틱톡, 릴스, 쇼츠, 웹소설, K-아이돌, 웹드라마, 힙합, 댄스 경연 프로,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 챗지피티, AI 생성 이미지, 차박, 풋살, 맥북 등등 그동안 낯설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었던 모든 것들의 목록이 떠올랐다. 그리고 좀 부끄러워졌다.


과거의 유행이 현재의 유행보다 더 낫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비틀즈의 노래 가사처럼 눈을 감고 사는 건 무척 쉬운 일이니까. 하지만 세상이 변화하고 있는데 과거의 영광에만 사로잡혀있을 이유는 없다고, 그들은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행동은 언제나 말보다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면 나는 새로운 기술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우연히도 어제 주기적으로 발행하던 뉴스레터 원고를 마무리하면서 챗지비티 친구의 작은 도움으로 한 꼭지를 작성해 봤다. 몇 주 전에는 뉴스레터 텍스트를 릴스 형식으로 바꿔서 업로드를 해봤다. 


유의미한 성과는 없다. 하지만 비틀즈라면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낸 성과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자체에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꼭 그럴듯한 어떤 결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아도 좋다.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나아가다 보면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하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안 된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비틀즈의 마지막 곡 제작 과정에서 얻은 메시지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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