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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의 Feb 03. 2024

[서평]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안데르스 한센)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행복해지는 방법

✅ 이런 분에게 추천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더 이상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싶은 사람
'행복한 삶'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의해 보고 싶은 사람


사는 게 너무 바쁘면 우울할 시간마저도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우울함은 남들보다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신호로, 남들보다 부족함이 있다는 신호로 여겨질 때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의 저자 '안데르스 한센'은 어느 유튜버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한 뇌는 스트레스에 영향받지 않는 뇌가 아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러분을 살리고 싶어 하는 뇌입니다.' (링크) 


인간의 뇌는 생존만을 목표로 삼는 장기이므로, 외로움이나 우울함 같은 감정 또한 위험에 대비하고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해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한 생각에 빠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오히려 뇌가 지극히 건강하게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도 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심한 불안을 느낀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면, 항상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의 모습으로 여겨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뇌과학적인 관점에서는 비현실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뇌는 생존을 위해 기능하는 장기이므로, 외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파악하면서 감정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은 살면서 흔히 접하는 '일반적인 상식'이 과연 고대 인류 역사 전체를 포함했을 때에도 일반적일지 돌아볼 수 있는 관점을 새롭게 제시해 준다. 

'영원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우울하지 않은 상태가 '건강한' 모습이다', '가만히 앉아 게으름을 피우는 건 잘못된 일이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모습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모두가 당연한 듯 말하는 위문장들은 우리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생존해야만 하는 생명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는 모두 생존하기 위해 인류의 뇌가 당연하게 취하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행복을 자기 삶의 방향에 얼마나 만족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곤 한다. 이 관점에서 행복이란 끊임없이 즐거운 상태가 아니라 장기적인 목적의식을 가진 상태로 볼 수 있다.





행복감은 일시적이어야 한다. (...) 늘 행복과 만족에 젖어 살 수 있도록 뇌가 긍정적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뇌 입장에서 보면 바나나 하나로 남은 평생 배부름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설계돼 있지 않다.



이처럼 스트레스, 우울, 불안, 외로움 모두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이라는 걸 인지할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의 마음을 돌볼 수 있다. 행복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 모두 일시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임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겪는 이 모든 문제는 '내가 문제라서'가 아닌, '뇌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임을 이해할 때 우리는 세상과 용기 내어 상호작용할 수 있고 스스로를 잘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처럼 행복 또한 일시적으로 지속되는 게 당연하다면, 인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없는 질문과 마주할 찰나, 저자는 독자에게 이런 말을 전해준다. 행복을 찾지 말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라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자신과 타인을 돕기 위해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찰하고, 의미 있는 무언가를 '달성'했을 때가 아닌 '달성하려는 과정' 속에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이라는 걸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행복은 근심 걱정 없는 즐거운 생활만 추구하는 것과도, 괴로움과 연결되는 모든 것을 줄이는 것과도 상관이 없다. (...) 내가 들은 행복에 관한 가장 건설적인 정의는 이것이다. '자기 자신에 관한 깊은 통찰과 긍정적인 경험의 조합.' 이때 통찰이란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돕는 데 그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것이다.





요컨대 행복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행복을 더 커다란 그림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고 그것을 중심으로 삶을 만들어갈 때 찾아온다.


즉, '나의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점'을 바탕으로 나를 돌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시야를 넓혀 현재가 아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다. '나'의  현재 상태에만 머물러 있던 시야를 '우리'를 위해 만들어갈 미래로 확장할 때 우리는 드디어 행복한 삶과 가까워진다. 


'행복을 좇지 마라. 행복은 그 자체에 골몰하지 않고 의미 있는 무언가에 집중할 때 찾아오는 부산물이다.'  단호하고도 확고하게, 마지막까지 저자는 행복을 좇지 말라고 말한다. 그 대신 살아야 할 이유를 안겨주는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고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수많은 '행복의 조건'들이 떠올랐다. 몇 가지 특정한 조건만 충족한다면 행복은 당연히 뒤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은 어쩌면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맛볼 수 있고, 삶의 의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많을 것이므로.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번에는 '뇌'가 아닌 '삶'을 탐구하고 싶어졌다.






[행동으로 옮길 점]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방법 찾기


규칙적인 운동은 우울함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당연한 말을 삶에 적용시킨 적은 별로 없었으므로, 이번 기회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보고 싶다. 




[답을 찾고 싶은 질문]


나의 능력을 타인을 돕는 데 사용할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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