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선택 3가지는?

1주차_과거 돌아보기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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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선택 3가지




어릴 적 친구와 손 편지를 주고받기로 한 선택

손바닥만 한 피카츄 인형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했던 어린 시절에 그 친구는 내 피카츄를 위해 양말로 만든 작은 인형용 베개를 선물로 주었다. 서랍장 한 칸을 오로지 피카츄 인형을 위한 방처럼 꾸몄다는 걸 그때 그 친구에게 얘기했었나?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때 이후로 피카츄는 저녁이 되면 작은 베개를 베고 서랍 안에서 잘 쉬었다. 어쩌면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된 내게 편지를 주고받자고 먼저 제안했던 것도 그 친구였던 것 같다. 이제 와서 그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보면 항상 먼저 나누어주고 배려해 준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구매하고, 손으로 글씨를 쓰고, 우표를 사서 편지봉투에 붙인 뒤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 모든 과정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하고 불편한 작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오래된 것에 관심을 갖고, 불편한 아날로그를 아끼고, 기꺼이 손으로 긴 시간을 들여 삐뚤빼뚤한 글씨를 쓰는 행위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친구와 쌓은 시간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르듯 어쩌면 지금 그 친구는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전혀 다를지도 모르겠다. 일단 나만 해도 어릴 때의 취향 대부분을 버리고 지금은 새로운 관심사에 빠져있다. 그러니 지금 다시 똑같은 친구와 과거와 똑같은 기간 동안 다시 손 편지를 쓴다고 해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더라도 지금은 관심사, 취향, 삶의 방식, 가치관이 모두 달라져버린 관계는 그 이후에도 종종 겪었으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완전히 남이 되어버린 사이여도, 그때는 그래서 좋았다는 추억 정도는 꺼내도 괜찮지 않나? 그러니 그때 좋은 시간을 보냈던 건 정말 좋았다고 적고 싶다. 지금 이 관계가 어떻든 상관없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점이 한두 가지는 있고, 그 변하지 않는 것들이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믿고 싶다.




나를 슬프게 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 선택


좋아하는 건 분명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 지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관심사와 적당히 맞고 직업을 구하기에도 꽤 괜찮을 줄 알았던 분야는 아무리 공부해도 뭔가 석연치 않았다. 왜 이곳에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묻는 자소서 항목에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뭘 하든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괜찮을 줄 알고 경험한 첫 번째 일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그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만 확실하게 깨달았다. '00 치고 00한 회사에 00가 확실한 곳에 있는 건데 이만하면 괜찮지'라는 말을 믿어보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보다 더 철이 없던 그때는 그저 내가 좋아하지도 않고 영원히 할 것 같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쏟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은 그때 무엇을 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려면 노력을 좀 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흘렀다. 하지만 이 선택이 내게 중요한 이유는 타인의 말 때문에 내 의견을 짓누르지 않고 환경을 바꾸기로 결정한 최초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는 왜 이곳에서 이 일을 하고 싶는지 묻는 질문에 할 수 있는 말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도전했다고 해서 인생이 탄탄하게 잘 풀렸다기보다는 그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겪고 복잡한 시간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말도 안 될 정도로 어설프고 바보같이 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심 가는 일이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어 다행이기만 하다.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냈던 이 선택이 아무래도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데 한몫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것이 가루처럼 바스러져서 삶에 흔적도 남기지 않을 것이고, 그러니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잠시 속상해하고 후회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꽤 괜찮아질 거라는 걸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한 선택


코로나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극도로 제한되었던 걸 계기로 온라인에 내 흔적을 열심히 남기게 되었다.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 아닐 줄 알았건만 막상 사람과의 교류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심지어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제한되다 보니 외로웠다. 그때 이후로 블로그에 글을 쓰며 보여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공유하게 되었다. 하다 보니 재밌어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줌 같은 프로그램으로 서로 얼굴을 보며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임도 자주 나가기도 했다.



이걸 계기로 지금도 오프라인에서 열리는 모임이 있다면 빼지 않고 종종 나가는데 그래도 어쩌다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기도 한다. 왜 이렇게 수줍어하세요. 거울을 보면서 말을 하는 게 아니니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낯을 가리고 긴장하는 게 티가 나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남들 눈에는 웬만큼 보이나 보다. 그래도 계속 부딪히다 보면 무조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정말 모든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저 내게 편안한 범위 내에서 솔직하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외로움을 완화시키고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지 이제는 믿을 수 있다. 그러니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려가고 싶다.






✏️ #365노트챌린지 ?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질문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기록 챌린지입니다. 소소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거친 질감의 종이 재료와 손글씨로 이미지를 만듭니다.

구겨질수록 오히려 돋보이는 비닐 질감 재료를 더하여, 반듯하게 정제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삶에 대한 지향을 표현합니다.
365노트챌린지 시리즈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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