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경험은?

1주차_과거 돌아보기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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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경험은


뉴스레터를 만들 거라고 말하고 다녔던 적이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계획을 묻길래 그랬다. 거창한 목적은 생각나지 않았고 그저 뉴스레터를 쓰면 재밌을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전했는데 누군가로부터 '요새는 뉴스레터로도 수익을 꽤 내는 케이스도 있으니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남몰래 멋쩍어했다. 아직은 그런 대단한 성과를 내는 것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재밌을 것 같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말을 솔직하게 하자니 왠지 철이 없어 보여서 그냥 별 얘기 안 하고 화제를 돌렸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뉴스레터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제작하고, 발송해 보니 그 과정은 내가 예상했던 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한자리에 계속 앉아있어도 행복했을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 재밌고 행복했을 뿐만 아니라 배운 점도 많았다.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완성된 레터 한 편을 작성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피드백을 반영하고 다른 시도를 해나가야 하는지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



무엇에 대해 쓰고 싶은지 배우다

왜 뉴스레터를 쓰는 게 막연히 재밌을 것 같았는지 생각해 보니,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가 대강 머릿속에 잡혀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다. 뉴스레터를 쓰게 된다면 그 안에 꼭 의외의 말을 적고 싶었다. 지방에서 사는 건 힘들고 불편하지, 나이 어린 사람은 적당히 낮춰봐도 문제 삼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 첫 직장이 잘못되면 그 후에도 계속 꼬일 수밖에 없지처럼 왠지 신경 쓰이는 말에 예상과는 다른 대답을 하고 싶었다. 당연히, 일반적으로, 자연스럽게, OO 정도라면, OO답게 와 같은 말 뒤에 따라오는 문장에 딴지를 걸고 일일이 따지고 들면서. 타인이 내게 건네는 이런 말들은 언제나 나를 본인의 입장에서 제멋대로 판단하는 데만 쓰였는데, 이제는 내 가능성과 한계는 스스로 만들고 정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너 같은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그냥 정신승리잖아'라는 말을 듣게 돼도 그걸 소재 삼아 말대꾸를 하고 딴지를 걸 작정이었다. 이런 일이 재미없을 리 없다.


누구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지 알게 되다


처음에는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내 한계를 멋대로 정의하는 타인의 말을 듣지 말고, 그리고 스스로에게 하는 모진 말도 듣지 말고, 편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더욱 잘 돌볼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 시간과 노력은 영영 부질없었던 건 아니었고, 조금 머뭇거리는 시간을 가져도 문제 될 것 없고, 평균과 보폭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내게 말하고 싶었다.


분명 처음에는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험으로 속상해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나 자신을 주류에서 살짝 비켜나간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경험이 우리 세대에게 보편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레터의 내용과 주제의식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니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오로지 내가 타인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을 적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 이 구독자들에게 어떤 말이 필요할지'를 꼭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는 걸 배웠다. 그럴듯하지만 두루뭉술하고 어중간하게 토닥이는 적당한 말이 아니라 실제로 인식과 행동을 또렷하게 바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분명한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내 역량 밖의 일인 것 같다. 구독자분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려고 몇 가지 시도를 꾸준히 해봤지만 어떤 성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아쉬운 결과이긴 하지만 한두 번의 시도로 하고 싶은 걸 모두 할 수 있었다면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일단은 사람들이 타인의 기준에만 맞추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격려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속마음을 발굴한 것만으로도 괜찮은 성과라고 여기기로 했다.



한 편의 레터를 쓰기 위해 정말 많은 책을 읽으며 배웠다


레터를 작성했던 약 1년의 기간 동안은 독서에 몰입했다. 사람들이 대체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요소에 대해 말하고, 이에 대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문장을 책에서 발췌한 뒤, 이를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콘셉트의 뉴스레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터의 소재가 되어줄 책을 많이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레터를 작성한지 반년이 지날 때쯤 글감이 다 떨어졌다. 그래서 정말 여러 권의 책을 탐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이처럼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배운 점이 있다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책을 통해 얻은 배움을 얼마나 현실에 적용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삶이 아닌 행동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많이 커졌다.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을 익혔다

레터 한 편을 작성하는데 평균 얼마큼의 시간이 드는지 스톱워치로 기록하고, 이에 맞춰 어떻게 하루에 써야 할 분량을 계산해 매일 조금씩 작성하는 습관을 길렀다. 기분 내키는 대로 미루었다가 몰아서 한 번에 하면 뭐든 끝이 안 좋다는 것도 배웠고, 아무리 시작하기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일지라도 하루에 조금씩만이라도 시작하면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뉴스레터 발행을 더 이상 하지 않는 지금도 ATracker 앱을 사용해서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데, 어떤 특정한 과업을 수행하는 데 실제로 걸리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피드백을 반영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법을 배웠다


뉴스레터의 특징은 어떤 피드백이든 즉시 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 다행히도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상황이라면 아주 오래전부터 많이 겪어봐서 피드백을 받는 상황이 어렵거나 뼈아프지 않았다. 그냥 많이 부끄러웠을 뿐이다. 하지만 뉴스레터를 작성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점이 있다면 그냥 고친 뒤에 앞으로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계속 주의하다 보면 부끄럼에 잠식될 시간도 없다. 어떤 피드백은 새로운 시도를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 만족스럽지 않은지는 이제 안다. 그러면 이걸 좀 더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와 주고받는 게 재밌기도 했다. 모든 새로운 시도가 괜찮은 결과로 돌아오진 않았어도 기존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를 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을 하나로 요약할 수 있을까? 타인과 함께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는 뻔한 말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느낀 사실이기도 하다. 내게 미래의 계획을 물어본 사람들, 레터를 작성하기로 했을 때 응원해 준 사람들, 실제로 레터를 읽어준 사람들, 어떤 식으로든 기꺼이 중요한 시간을 내어서 반응을 남겨준 모든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외로운 행동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어 내면만을 파고들며 꽉 막힌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시선을 내가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확장하며 그동안 잘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




✏️ #365노트챌린지 ?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질문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기록 챌린지입니다. 소소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거친 질감의 종이 재료와 손글씨로 이미지를 만듭니다.

구겨질수록 오히려 돋보이는 비닐 질감 재료를 더하여, 반듯하게 정제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삶에 대한 지향을 표현합니다.
�365노트챌린지 시리즈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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