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1주차_과거 돌아보기

by 현의



365%EB%85%B8%ED%8A%B8.gif?type=w1
365노트 (1).gif
365%EB%85%B8%ED%8A%B8_(2).gif?type=w1



내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의심 없는 인정을 받을 만큼 뚜렷한 성취를 아직 이루지 못했어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맴돈지 꽤 되었다. 매일 밤 종잡을 수 없는 시나리오의 꿈을 꾸는 걸 제외하고는 놀라움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소소한 일상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매일을 특별하게 즐길 이유도, 여유도 없는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음에도 최근 들어 스스로에게 뿌듯했던 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을 때. 가만히 앉아서 이런저런 미래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걱정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 호들갑스럽게 떠벌리는 정제되지 않는 말을 가만히 수용하기보다 오히려 이들과 멀어지고 현실을 바라볼 때 훨씬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스스로를 더욱 소중하게 대하고도 싶어졌다.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미래를 낙관하고 싶어도 그럴만한 근거가 없다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어쩌면 예전에 읽은 어느 책이 간접적인 세상의 소음에서 멀어져 현실 세계에 참여하는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러준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루이빌의 4번가와 월넛가가 만나는 모퉁이, 상점가 한가운데였어. 그때 갑자기 내가 이 사람들을 전부 사랑하고 있고, 그들은 나의 것이고 나는 그들의 것이며,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관계가 있다는 깨달음이 밀려온 걸세. 개별성이라는 꿈, 금욕적이고 거룩한 특별한 세상에 스스로 고립되는 거짓된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네.

(...)

물러남과 사색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시간은 언제나 이 세상에 대한 책임, 이 세상에서 져야 할 나의 책임을 상기시킨다. 머튼에게 중요한 것은 참여 여부가 아니라 참여 방식이었다. 내가 살아갈 시대는 선택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의 과업과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40691538620.20230926084836.jpg



제니 오델의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은 과도한 생산성에서 잠시만이라도 거리를 두고, 현실 세계로 나가 실제 사람들과 자연환경과 상호작용하며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책을 끝까지 읽으면서도 이 책의 내용이 정말 내게도 적용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만 기력이 채워지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 너무 오래되었으니까.


하지만 의심을 뒤로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직접 몸을 움직이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지치는 사람일지라도 나와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그 순간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느꼈다. 게다가 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세상에 표현함으로써 오랜 시간 내면에 쌓아왔던 부끄러움과 머뭇거림을 덜어낼 수도 있었다. 평소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지금의 나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고, 그들과 발을 맞추며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모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조금 더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 하나가 여전히 미련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책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에 적힌 바와 같이,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의 과업과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의 과업과 소명은 무엇일까? 역사와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만한 선택은 무엇이 될까.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면 그것이 정말 옳다는 사실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나아가는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태도는 썩 나쁠 것 없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근거 없이 자신의 모든 의견을 굳게 믿을 수만은 없다. 이때도 외부로 나가서 현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될까. 자신의 내면을 너무 파고들기보다 다른 사람의 삶도 들여다보며 새로운 시야를 엿보다 보면 위 질문의 완벽한 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실마리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줏대 있는 삶과 고립된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어렵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없다.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 가만히 있었을 때보다 후회는 덜하니까.




✏️ #365노트챌린지 ?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질문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기록 챌린지입니다. 소소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거친 질감의 종이 재료와 손글씨로 이미지를 만듭니다.

구겨질수록 오히려 돋보이는 비닐 질감 재료를 더하여, 반듯하게 정제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삶에 대한 지향을 표현합니다.
�365노트챌린지 시리즈는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