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차_과거 돌아보기
어느덧 성인 노릇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 솔직히 이 정도 나이대가 되었으면 당연하게도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할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약 3시간 전에 오늘도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들었고 마트에서 장을 보던 도중에 낯선 아저씨를 우리 가족으로 착각하고 쫓아가서 카트에 물건을 넣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나이를 먹었다고 자동으로 어른의 자격이 생기지도 않고, 어른이라는 명목으로 나보다 어린 사람의 인생에 함부로 입을 댈 자격은 없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서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의 나를 만난다고 해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조언을 말하기가 껄끄럽다. 과거에 하지 못해서 아쉬운 점도 많고, 과거의 성숙하지 못했던 행동을 고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그래도 과거의 나에게는 그 모든 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과거의 내게 그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선택을 했어야만 했다고 나무라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굳이 과거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을 꼽아야 한다면 힘들었던 시절을 이겨내는데 조금 도움이 될만한 말 몇 마디를 해주고 싶다.
1) 지나간 사람은 그냥 지나가게 두는 게 좋아
어떤 만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이어지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어떤 만남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멀어지기도 한다는 걸 예전에는 몰랐다. 어떤 인연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헤어질 거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이기가 훨씬 쉬워졌다. 지금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모든 사람이 꼭 내 마음과 동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아무리 내가 진심을 표현했다고 해도 상대에게는 그 진심이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걸 과거의 내가 알았더라면 조금 덜 슬퍼했을 것 같다. 어떤 분야에서든 진정성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다들 쉽게 말하긴 하지만, 좋은 것이라고 해서 항상 중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좋은 사람이 중요한 사람은 아닐 수 있고, 좋은 말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말이 아닐 수 있고, 함께 했던 과거가 좋았다는 게 미래를 함께 해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할 수도 있고, 이만하면 좋은 관계나 인맥이 불필요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는 걸 좀 더 일찍 알았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2) 생각할 시간에 움직이러 가자
혼자만의 생각과 감정에 푹 빠져있으면 편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두려움과 맞서 싸울 필요도 없다. 현실에 안주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분 좋고 보람 있는 삶은 두려워도 일단 용기를 내는 것이었음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빠지거나, 내게 익숙한 일을 하는 것도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만 더 용기를 내고 모험을 떠나도 괜찮을 거라고 과거의 내게 말해주고 싶다.
모르는 사람들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도 관심 있는 분야의 모임이 있으면 한번 나가봐도 괜찮고, 외국어를 잘 못해서 걱정스러울지라도 외국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일단 신청만이라도 해도 괜찮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말 한 번쯤 건네도 정말 아무 문제 없다. 걱정했던 만큼 심각한 일이 벌어지진 않을 테고,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도 어떻게든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자신의 판단을 믿고 용기 있게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든 자기만의 방식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3) 스스로 생각하자
'00살에 안 하면 후회되는 행동 000가지'를 짚어주는 어른들의 말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내리는 선택을 조금 더 존중했으면 좋겠다. 나이를 조금 더 먹는다고 자동으로 완벽하게 철이 들고, 이성적이고, 성숙한 사람이 되지 않고 타인의 삶에 말을 얹을 자격이 자동으로 주어지지도 않는다. 어떤 어른이든 잘못된 판단을 하고 불안하고 고집스럽고 뭘 잘 모른다. 정말 어떤 어른이든 말이다.
그러니 00살에 00을 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곧이곧대로 믿기보다는 일단 참고만 하고, 그 말이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는 스스로의 삶에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판단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 글에 쓰인 모든 문장도 예외는 없다. 과거의 내가 이 모든 문장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모든 것을 스스로의 의지 하에 선택하고, 그 결과에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삶에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과거의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내가 어리니까, 나는 경험이 없으니까, 나는 뭘 잘 모르니까, 그런데 저 사람은 나보다 잘 아니까 타인의 조언이 내 삶에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야 좋을지 가장 잘 아는 건 나뿐이었다. 과거의 내가 스스로의 감정과 선택을 좀 더 믿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잘 생각해 보면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이미 내가 알고 있었다. 그걸 믿어주었으면 한다.
✏️ #365노트챌린지 ?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질문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는 개인적인 기록 챌린지입니다. 소소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쌓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존경을 담아, 거친 질감의 종이 재료와 손글씨로 이미지를 만듭니다.
구겨질수록 오히려 돋보이는 비닐 질감 재료를 더하여, 반듯하게 정제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담긴 삶에 대한 지향을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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