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가 느낀 점
글쓰기가 막막할 때면 내가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이 이야기는 나만 쓸 수 있어
세상을 오래 살아본 건 아니다. 하지만 살면서 여태 듣고 본 것을 종합한 결과 이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겉보기에 전혀 인생에 모자랄 것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니 전혀 해결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민에 빠져있었고, 나와 다를 것 없이 매우 평범해 보였던 내 친구에게도 알고 보니 드라마에 나올 법한 사연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보기와는 되게 다르네요’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생각과 반전된 인상을 남겨주었다는 사실에 즐거워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는 힙스터이다.
평범한 사람으로 사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걸 나이를 먹을수록 실감하고 있어서 너무 튀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색다른 인상을 주는 건 즐겁기만 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내 이야기를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너무 나만을 위한 이야기를 쓰는데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늘 걱정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충분히 고민한 뒤에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다.
글쓰기는 일방적인 발언이나 다름없다. 독자는 작가가 글을 통해 드러낸 생각을 곧장 반박하지 못하고 일단은 받아들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누가 읽어도 기분 나쁘지 않고 재밌기만 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말 그대로 정말 세상 어떤 사람이 읽어도 시간 가는 걸 모를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때로는 그 고민이 딴 길로 빠지면서 어쩌면 동화를 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앞이 막막하면 뒤를 되돌아보기
하지만 일단 시작한 이야기가 있다면 끝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에는 글을 쓰기가 참 힘들 때면 왜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어떤 독자도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걸 계속 마음속에 새긴다.
이게 글을 술술 써 내려가는데 도움이 될까?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매일 키보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도망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실제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현타가 와서 키보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은 어느 장소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평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확실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을 제대로 아는 것이 어쩌면 내가 글을 계속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