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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안 되지만 돈이 안 드는 취미, 글쓰기

글쓰기를 취미로 삼으면 좋은 점 3개

by 현의


지속 가능한 소비


MZ의 주도로 새롭게 등장한 소비 풍조가 있다. 이들은 남의 눈을 의식하거나 남이 선택한 것을 받아먹는 걸 거부하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 또는 내 가치관이 반영된 제품을 구매하려고 한다. 그래서 환경을 생각하여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제품 혹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MZ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지칭하는 말도 있다.


“지속 가능한 소비.”




지속 가능한 생산


지속 가능한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이것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생산하는데 돈이 들지도 않는 취미.

그것 또한 지속 가능한 소비의 한 종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올해부터 남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제 취미는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를 취미로 삼으면 좋은 점


1. 글쓰기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다.

어떤 취미는 돈을 써야만 지속할 수 있고, 어떤 취미는 단지 시간을 투자함으로써 지속할 수 있다. 글쓰기는 어떤 예술적인 취미활동 중에서도 가장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모나미 153 볼펜, 어딘가에서 공짜로 받은 포스트잇이나 노트에 아이디어를 끄적이는 것만으로도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 대신 시간을 엄청나게 많이 잡아먹을 뿐이다.



2. 글쓰기는 세상에 나를 알리는 가장 간편한 수단이다.

글쓰기를 통해 배출한 아이디어는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분실하거나 스스로 분쇄하지 않는 이상 언제나 방 한 구석에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글을 썼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모바일로 나의 글을 읽어볼 수도 있다.


할 일이 이렇게나 많고, 볼 것도 너무나도 많은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을 영구적으로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타인의 생각이 아닌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원하는 창작물을 소비하면서 살고 있다.

나의 의견, 그리고 나라는 존재 자체가 중요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생각을 가치 있게 여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것이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발맞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 세상은 우리의 의견을 중요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글쓰기라는 참 쉽고 돈 안 드는 방법으로 나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안 그럴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3. 글쓰기를 통해 정리한 나의 생각은 매우 훌륭한 명함이 된다.

이미 기업은 구직자의 sns 활동 이력을 중요하게 여긴 지 오래되었다.

온라인으로 쓴 글이 나를 대표하는 세상에서는 나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노출시키는 행동 또한 나의 가치를 알리는 수단이 된다.


심지어 온라인에 나의 글을 올리는 건 매우 쉽다. 지나가는 혼잣말을 남기고 싶다면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 되고, 젊은 층과 함께 소통하고 싶으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면 된다. 중요한 건 어느 매체를 선택하든 남의 의견이 아닌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내가 글쓰기를 취미로 삼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과연 무엇을 내가 글로 써야 할지 알 수 없을 때였다. 남들처럼 있어 보이는 글을 쓰자니 나의 능력 밖일 것 같고, 재치 있는 글을 쓰기에는 성격이 너무 밋밋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쓰자니, 그런 정보는 나도 모른다.


그때 내가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원칙’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통스러운 실수를 통해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안다”에서 “내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점이 정말로 옳은 것임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한동안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았고, 그 결과 글쓰기가 막막할 때는 이 질문의 답을 나름대로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신문이나 뉴스, 논문을 언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경험 또한 이 질문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어떤 경험’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끔 이끌었는지 세상에 내보일 수 있으니까.


‘내 생각의 근거가 되는 경험에는 이러한 일들이 있다’는 걸 적음으로써 나의 삶과 내 생각을 타인에게 알릴 수 있다. 이 과정을 주고받으면서 나와 타인을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이것이 확장되면서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쓰기를 취미로 삼는다. 정말로, 안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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