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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영감을 얻기 위한 3단계

내가 글을 쓰기 전에 늘 하는 생각들

by 현의


글을 쓴다는 건 머릿속에 떠오르는 두서없는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생각이 없으면 글도 쓸 수 없다. 그래서 글을 쓰기 전에 지금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누구나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


아직 내 이름이 쓰인 책이 없는 사람이어도 글을 쓰기 전에 늘 많은 생각을 하는 이유가 있다.


1. 글쓰기는 참 소중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의 오랜 취미이자 내가 가장 잘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게다가 늘 가까이에 서서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동료이기도 하다.


내가 남들만큼 살아갈 수는 있을까 의심이 들 때, 내게만 세상이 못되게 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아무도 찾지 못할 곳에 숨겨둔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써 내려갔다. 그러다 보면 어디에서도 분출할 수 없었던 울분이 나를 떠나 활자가 되어버리고, 그 덕분에 나는 홀가분해진다.


이것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글 쓰는 취미를 갖는다는 건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할 친구를 얻는 것과도 같다. 그러니 그 친구를 참 소중히 해야 한다.



2. 글은 매우 오래 남기 때문이다.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다고 아무 말이나 쓰면 어떻게 될까?


훗날 자신이 생각 없이 쓴 글을 우연히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죽고 싶을 정도의 부끄러움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온라인 글쓰기는 더욱 주의해서 써야 한다. 누구나 나의 글을 볼 수 있으니까.

자칫하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런 글은 내가 세상에서 지웠다고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이왕 시간을 들여 글을 쓴다면 좋은 방향으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글을 쓰는 편이 좋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어 누구에게나 나의 글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다. 잘 정리된 생각과 함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글을 쓴다면 세상에 도움도 되고 지갑 사정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기 전에 늘 하는 생각들


1.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목소리가 중요한 세상이다.


앞서 말했듯 전자책을 출판하여 부수적인 수입을 얻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개인 방송을 해서 큰 수익을 얻는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개인의 시간을 쟁취하려는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누구나 sns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개인의 가치가 가장 소중한 시기이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을 찾아야 한다.


나의 말에 동조하고 함께 목소리를 키워나갈 사람을 찾기도 매우 쉬울 것이다. 그러니 내 생각을 소리 높여 말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내가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글쓰기가 막힐 때면 내가 타인에게 지금 하고 싶은 이 말이 글쓰기의 방향을 잡아준다.


타인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타인의 삶이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사람이나 사회, 혹은 단체에 대한 생각도 떠오른다.


이것이 한 국가만의 문제인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 전체에 쌓아온 생각인지 고민하다 보면 이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글쓰기 영감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대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내게 묻는 것이다.



2.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인가?


학교에서는 분명히 천부인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막상 학교를 떠나니 그런 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나는 인간으로 평가되기보다 어떤 학교를 나온 사람으로,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 어떤 인종으로, 어떤 성별로, 어떤 체형으로 평가되었다. 그 수많은 평가들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전제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를 본인과 다른 규격 외 사람으로 대상화하려는 사람을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에서 살다 보면 내가 대체 어떤 가치를 지닌 사람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반면에 생긴 것과는 다르게 속 안에서 절절 끓고 있는 반골기질은 이런 목소리를 낸다.


“그래도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보란 듯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트집 잡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응원하기 위해 책을 사는 것,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기는 것, 방문자가 100명을 웃도는 작은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순전히 흥미 위주의 글을 써서 세상에 내보이는 것.


이것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하다못해 우리 집 4인 가족조차 움직일 수 없는 글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일상을 글로 가득 채우기는 했다.


온라인 글쓰기가 활성화되어 참 좋은 점은 내가 쓴 글이 어딘가로 도망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수백 년이 지나도 인터넷 어딘가에 남을까 봐 걱정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사소한 글쓰기를 지속했고, 그 결과 어딜 가도 사라지지 않는 글을 세상에 남길 수 있었다.


세상을 움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냈다는 만족감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계속해서 다른 글을 써 내려갈 영감이 되어주기도 했다.



3. 나의 독자에게는 어떤 말이 필요한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사람, 그래서 함께 시간을 보낼 날만 기다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나와 달리 눈치가 참 빨랐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찾아 스스럼없이 해주었다.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여태 나의 세상에만 열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내 인생만큼 보다 꼼꼼하게 보지 않았고, 그래서 상대방을 서운하게 할 때도 있었다.


MZ세대에게 친숙한 실시간 방송과는 달리 글쓰기는 작가의 일방적인 발언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더욱 나의 예상 독자들이 원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고 있는 개인적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교류가 절실해진 사회이다. 누구나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말해줄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러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된다면 내 글을 읽어줄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면 된다.


나는 코로나로 인해 특히 많이 아파하고 있는 내 또래를 위한 글을 쓰고 싶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글 대신, 내일을 두려움 없이 맞이하고 오히려 다가오는 내일을 설렘과 함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글을 쓰고 싶다. 그게 어떤 형식이든 간에.



글쓰기는 나만의 방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이 있으니 언제든지 다른 사람을 마음껏 초대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의지만 있다면 이는 누구에게나 쉽고 간단한 초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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