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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와 사람 공부를 함께 한 계기 (2)

두 번째 언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바뀐 것

by 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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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가끔은 말문이 턱 막히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특히 외국어를 공부할 때 말이다.


나도 첫 언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말문이 자주 막혔다. “나도 완전 공감해.”같은 간단한 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소소하고 일상적인 스몰토크를 시도해도 내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자주 끊겼다.


첫 번째 언어 교환 프로그램에서 쓴 맛을 맛본 후, 내 성격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내 머릿속은 가득 찼다.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폼 나는 걸 좋아하고, 지는 걸 싫어하고, 우습게 보이는 걸 끔찍이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두 번째 언어 교환 프로그램에서 큰 만족감을 얻기 위해 세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1. 첫 주에는 언어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나게 될 세 명의 외국인 파트너들의 취향을 면밀히 파악한다.

2. 파트너 각각의 취향에 맞는 대화 소재를 사전에 미리 찾는다.

2-1. 구글 뉴스, 유튜브, 외국 커뮤니티 사이트를 탐방한다.
2-2. 한국의 주요 이슈를 영어로 작성한 신문을 확인한다.
2-3.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한다.
2-4. 영어 회화 실력 향상을 위해 오픽 시험공부를 한다.

3. 마지막으로 (2-1)~(2-4)의 과정을 통해 얻은 특정 주제에 대한 주요 표현이나 단어를 입으로 말할 수 있도록 발음을 찾아보고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며 외운다.



즉, 각각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관심 있어하는 이야깃거리를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어떤 유학생은 K-POP을 좋아하고, 또 다른 유학생은 자국 가수를 좋아하는 반면, 어떤 유학생은 나이가 너무 많아서 대중문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가성비 좋게 한 가지 주제를 여러 외국인들 앞에서 돌려 말하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맞춤형 대화 소재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의 관심사에 맞는 이야기를 매주 꾸준히 찾아야 했고, 그 관심사를 이야기할 때 꼭 필요한 영어 단어를 학습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다.





영화 마니아 J와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 전날부터 새로 개봉한 영화들을 찾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외국 영화감독과 그 감독이 좋은 이유, 그 감독이 만든 영화의 특징 등을 미리 정리했다.


K-POP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과 패션에 관심 있는 R을 위해서 유명한 국내 유튜버들 중 영상에 영어 자막을 삽입한 인물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화장품과 좋아하는 색조를 영어로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찾아보고 연습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매주 주말마다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는 D를 위해서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좋아할 만한 국내 관광지를 소개해주었다. 이를 위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방송을 자주 시청했다.




결국 내 영어 공부는
사람 공부를 하는 걸로
끝을 맺었다




처음에는 그저 예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공부였다. 하지만 한 시간의 언어 교환 시간을 위해 전날부터 서너 시간씩 투자한 결과 나는 영어보다 사람을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어떤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피부색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 화장품 때문에 어떤 고민을 겪는지, 새로운 세계를 끊임없이 탐험하고 낯선 사람과 교류함으로써 인생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그제야 내가 외국어 공부에 매년 열을 올렸던 이유를 확실히 깨달았다. 평소에도 나는 외국어를 공부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엿보는 걸 좋아했다. 신문을 볼 때도 1면에 실린 주요 뉴스보다 사회/문화면을 훨씬 좋아하고, 실력 좋은 강사가 진행하는 1시간짜리 강의보다 10분 내외의 해외 VLOG를 보는 걸 선호했던 이유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외국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취업이나 승진, 유학이나 이민처럼 나의 삶을 극적으로 바꾸지 못할 그 사소한 이유가 결국 한 학기 내내 누가 시키지도 않은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 결과 무엇을 얻게 되었을까?

다행히도 100%의 출석률파트너들의 높은 만족도로 인해 한 학기가 끝나기 직전에 우수 참가자로 선정되었다. 언어 교환 프로그램 시간이 아니더라도 평일이나 주말에 시간이 나면 파트너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외국어 공부는 아직도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 공부가 나의 삶에 더 이상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순간에는 특히 더 힘들다. 그렇지만 영어 공부를 함으로써 만나게 될 또 다른 삶에 대한 기대가 오늘도 조금이라도 영어를 공부할 원동력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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