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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번번이 실패한다면

나와 남 구분하는 방법 찾기

by 현의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월급날이 지나면 꼭 사려고 벼르고 있던 옷을 직장 동료가 오늘 입고 왔을 때.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나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일 때.


혹은 이런 순간도 있다.

나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이루고 싶었던 꿈을 위해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이 나보다 먼저 그 꿈을 이루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키링처럼 대수롭지 않게 주변에 휘두르고 다닐 때.


이때가 바로 잘 숨겨뒀던 열등감이 비죽비죽 새어 나오는 순간이다. 멋없는 건 싫어하고, 얕보이는 건 경멸하는 나에게는 특히 더 참을 수 없는 순간이기도 했다. 게다가 희대의 천재처럼 눈에 띄는 실력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완벽주의 기질마저도 가졌기 때문에 열등감이 솟아나는 매 순간이 정말 괴로웠다. 결국에는 열등감 덩어리인 나 자신이 꼴 보기도 싫어졌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들이 어떻게 살든
그게 당신하고
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은 카일리 제너의 엄마와 자매들이
그 성취를 얻기 위해
10년 동안 노력했다는 걸
감안했습니까?

그런데 그게 당신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이 말을 던진 이는 미국의 창업가, 연사, 작가, 혹은 디지털 마케팅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게리 바이너척이다. 그리고 이 말의 청자는 SNS로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이다.


테일러라는 이름의 청년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고 자신이 더 많은 걸 성취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이야기한다. 게리 바이너척은 테일러에게 말한다.


“대체 누구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겁니까? 지금 카일리 제너와 수십만의 팔로워들이 당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겁니까? 당신은 앞으로 맞이할 10년 동안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할 거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는 1분 1초가 당신이 성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게리 바이너척은 테일러 씨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도록 호되게 몇 마디 말을 던진다. 그리고 그 대화의 끝은 이렇게 끝났다.


천천히, 꾸준히 나아가야 경주에서 이깁니다. 당신은 오직 자신하고만 경쟁하는 겁니다. 누구도 당신을 정의할 수 없어요. 앞으로 맞이할 10년 동안 매일 인내심을 길러야 합니다.”



당장 1년 뒤만 생각 하며 살다 보면
돌아버릴지도 몰라




게리 바이너척의 동기부여 영상을 본 이후 나는 큰 충격을 받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주변 사람들을 보며 열등감을 품고, 나의 삶을 미워하는데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만큼 갖지 못했다고 해서 내 인생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남의 인생을 생각하는 게 내게 도움이 되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남을 향한 호의마저도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는 세상에서, 남의 인생을 찬양하는 것 또한 내게 바람직한 결과를 전해주지 않는다는 건 참 당연한 일이다.


그럼 다른 사람의 삶이 부러워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나 이 질문의 답을 ‘나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인 사항이 곁들여도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오늘 당장 내가 누리고 있는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오늘만 바라보며 사는 건 지극히 단기적인 목표이다. 오늘만 사는 사람에게 1년 뒤 모습은 아주 먼 일이다. 그러니 오늘 열심히 하면 1년 후에는 내가 원하는 목표에 훨씬 많이 가까워졌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게리 바이너척은 ‘적어도 10년 동안은 당신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할 각오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목표가 아닌 과정을 즐길 수 있고,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맞는 수많은 실패 또한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리 바이너척의 그러한 말 또한 코로나가 덮친 1년 동안 허송세월 시간만 보냈다며 자책만 하고 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정말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원했던 목표는 세상 어떤 사람도 1년 안에 해치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아무도 겪어본 적 없고, 아무리 개인이 노력한다고 할지라도 미래는 늘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마라톤인데 나는 겨우 단거리 달리기에서 발을 좀 접질렸다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이제는 나와 남을 분리해야 할 때




게리 바이너척의 영상을 본 이후로 남들이 이루어낸 성과를 볼 때의 마음가짐이 훨씬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들의 성취가 나를 짓밟는다고 생각했던 반면 지금은 그 성취를 이루기 위해 상대방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들이 내가 원하는 성공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탐구하는 건 내가 현재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제시하는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면 타인의 성취를 보며 나 자신을 학대에 가깝듯 몰아붙이고 싶은 욕망도 슬그머니 일어나긴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모서리가 구겨진 노란 포스트잇에 적힌 짧은 문장을 보며 머릿속에 찬물을 확 끼얹어보려고 한다.


“당신은 오직 자신하고만 경쟁하는 겁니다.”


나의 세상은 남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오직 나의 노력으로만 얻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분리하기 위해 할 일 목록을 적고 일기를 쓴다. 이것이 나의 세상에 좀 더 집중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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