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TV를 거의 보진 않지만 아주 가끔씩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본다. 요즘 보고 있는 예능은 백종원 대표가 출연하는 장사천재 백사장이다. 사실 나는 백종원 대표가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을 놓치는 일 없이 자주 챙겨 본다. 나와 백종원 대표는 동향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나에게는 두 곳의 고향이 있다. 하나는 내가 태어난 곳인 예산이고, 다른 한 곳은 예산을 떠난 8살 때부터 30살인 지금까지 살고 있는 충청도의 한 도시이다. 사실 너무 어릴 때 예산을 떠났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긴 하다. 그렇지만 백종원 대표의 친근한 충청도 말씨를 듣다 보면 백종원 대표와 예산 모두 정겹게 느껴진다. 겸사겸사 나는 충청도 스테레오 타입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내가 백종원 대표를 관심 있게 바라보는 이유는, 대표님이 추구하는 방향이 항상 명확하다는 점 때문이다. 항상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대중들과 시야를 맞추려는 대표님의 지향점을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 해결 방법에 집중하는 점도.
장사천재 백사장은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제목으로 백종원 대표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요식업을 시작하는 초보 사장님이 겪을 법한 모든 돌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차별화가 돋보인다. 이제 막 2회차를 방영한 신규 프로그램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영감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오늘 본 내용을 바탕으로 내 삶에 적용하고 싶은 키워드 5가지를 적어보려 한다.
� 장사천재 백사장 2회차 배경 설명
아프리카 모로코라는 낯선 나라에서, 7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300만 원의 자본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된 백종원 대표. 주방 설비 구입부터 현지 시장 물가 조사, 재료 조달, 현지 종업원 채용까지 직접 준비하며 야시장에서 1일차 영업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낯선 한식에 주저하던 야시장 손님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백종원 대표의 가게로 몰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장사가 한창 잘 되어갈 무렵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가게 조명이 강제로 꺼지고, 더 이상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제지를 받고, 손님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설 수 없도록 가로막는 사람이 등장해 장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것이다. 그 이유는 낯선 외국인이 만드는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없다는 민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가게의 조명이 꺼질 때부터 백종원 대표님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황해하는 직원에게 백종원 대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에게 신경 쓰라'라고 지시한다.
이 장면을 보고 나도 진짜 내가 집중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텃세로 인해 가게의 불이 꺼진 건 지금 당장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이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하는 유일한 일이다.
왜 남의 장사를 방해하냐며 음식을 팽개치고 곧장 항의를 하러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게의 매출을 올려주는 핵심 인물은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이다. 꺼진 불에 집중하느라 지금 눈앞에 있는 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불이 다시 들어와도 장사가 잘 풀릴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다.
대표님이 '손님들을 만족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꺼진 불이 아니라 손님에게 집중하겠다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지금 신경 쓰고 있는 꺼진 불은 무엇인지,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손님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지금 내가 맞이한 꺼진 불은 채용 전환형 인턴에서 최종 전환되지 않은 사건이긴 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상황이 변화했더라도, 당장 나의 곁을 떠나기보단 우선 나를 믿고 지켜보는 손님들도 있다. 온라인 글쓰기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나, 주변 친구들이나, 지난 업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힌 스킬 등이 내가 만족시켜야 하는 손님들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야시장에서 장사를 접게 된 백종원 대표. 속상하긴 하지만 이대로 장사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이렇게 요식업을 하면서 맞이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당장 내일부터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가게를 빌려줄 수 있는 상인을 찾아 헤맨다.
대부분의 가게가 제작진을 거절했지만, 딱 한 곳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었다. 우연히도 그 가게는 백종원 대표도 알고 있는 곳이었는데, 장사 전날 현지 시장조사 차원에서 호떡을 사 먹었던 바로 그 가게였던 것이다.
대표님에게 가게를 빌려준 사장님은 장사 첫날에 다시 한번 등장해 첫 번째 손님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 번 스쳐간 사람이라도 언제든 내 인생에 중요한 기회를 주는 사람으로 다시 나타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인연을 얻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타인을 대해야 할까? 요즘 들어 나는 솔직함이 그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나는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걸 굳이 숨기지는 않는 편이라서 칭찬을 자주 한다.
사실 그러다 보면 나의 칭찬에는 어떤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과도 만나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얼마나 세상을 단순하게 생각하는지 안다면 그런 의심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연이 오래가는 사람의 특징은 '의도를 숨기지 않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 있다. 마냥 칭찬을 하는 것보다는 존중을 얻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스쳐 지나간 인연도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꿍꿍이를 뒤로 숨긴 채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결국 서로를 존중하고 오래가는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테니까.
유동인구가 많은 야시장과는 전혀 다른 상권에서 장사를 시작하게 된 백종원 대표. 새로운 동네의 시세에 맞춰 가격을 다시 매겨야 하는데, 이미 야시장의 시세를 염두에 두고 재료를 구매해둔 터라 얼마큼의 가격이 적절한지 고민에 빠진다.
그때, 장사 준비를 하고 있는 가게 앞에 호기심을 갖고 서있는 학생들을 보고 대표님은 아이디어를 낸다. 우리가 아직 메뉴의 가격을 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현지인들에게 이 음식의 가격을 맞춰보라는 퀴즈를 내어서 현지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세 명의 손님들은 각자 다양한 의견을 낸다. 어떤 손님은 이 동네의 평균적인 샌드위치 값에 맞추어 가격을 제시하고, 다른 손님은 이 메뉴가 한국 레시피로 만들었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 대표님은 그중 중간값을 적정 가격으로 판단한다.
이 장면을 보고 대표님의 상위 강점에는 전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략 강점은 이처럼 모든 상황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판단하는구나 싶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나에게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어떤 문제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겠다. 사람들이 내게서 바라는 게 무엇인지 자주 묻고, 내가 그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자주 거쳐야겠다.
현지인이 제시해 준 가격으로 장사를 시작하려는 찰나, 백종원 대표가 갑자기 무언가를 바쁘게 찾기 시작한다. 고기 굽는 판 옆에 놓을 미니 선풍기이다. 다른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비해 불고기의 냄새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선풍기로 냄새를 널리 퍼트림으로써 손님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내가 가진 두드러지는 강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이 강점을 어떻게 멀리 알릴 수 있을까? 일단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칭찬 중 하나는 아주 차분하고, 동요하지 않고 묵묵하게 일한다는 점이었다. 어딜 가나 외향성이 환영받는 사회에서 이렇게 자기과시와는 거리가 한참 먼 특성이 어떤 식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나는 항상 궁금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는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는 나의 차분함이 강력한 강점이 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미리 대비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매일같이 생기는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는 일을 참 빨리 배우고 실수 없이 잘 한다는 칭찬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성격뿐만 아니라 나의 경험, 특징, 결과, 상황 이 모든 것이 나의 강점이 되지 않을까? 이것이 강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알맞은 장소와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소속된 곳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내가 몸소 보여주는 것. 나의 고유함을 지키기 위해 해내는 모든 일을 뉴스레터 주제로 삼아보면 어떨까?
아무리 불고기 냄새가 좋아도 한식은 아프리카에서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미 불판의 고기가 다 익혀졌는데도 손님이 쉽사리 오지 않는다. 이때 백종원 대표는 새로운 고기를 꺼내 다시 볶기 시작한다. 이미 고기가 충분히 준비되었는데도 또다시 새로운 고기를 볶는 이유는, '장사가 안 된다'라는 인식보다는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면서.
어제 블로그 이웃님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왜냐면 기록하지 않으면 보여줄 것도 없고,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으면 사람들은 내게서 기대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그 일이 나의 시간을 설명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한 시간짜리 TV프로그램을 보고 감상을 남기는 것 또한 사소하지만 내가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갈 건지 보여주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나의 삶과 어떻게든 연관시킬 수 있는 사건과 생각이 있다면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하고 공유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백종원 대표님을 볼 때마다, 참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온 분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어떤 상황에서든 빛을 발하고, 사람을 마음을 얻는데 유용하게 쓰인다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참 사람다운 결과물을 내고 싶다. 다른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세상 어딜 가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다운 결과물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 수 있다. 상대방을 신경 쓰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알아차리고, 나의 강점은 다른 사람을 위해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생각하면 돈이나 명예, 브랜드, 팬과 같은 부수적인 사항은 저절로 뒤따라올 것이다. 백종원 대표를 보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염두에 두는 비즈니스는 무엇인지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