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야심:기 드 모파상 『벨아미』

부제: 파리의 정복자 벨아미와 작가 모파상의 최후

by 설탕바른위로

이 글은 강신주의 베스트셀러 『감정수업』을 길잡이 삼아,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중 10가지 감정을 소설과 함께 다시 읽어 내려가는 인문학 연재입니다.


[3부] 텅 빈 승리: 사교계의 부랑자


어제까지의 이야기


야심의 화신 조르주 뒤루아는 아내 마들렌을 간통죄로 고발하여 파멸시키고 이혼에 성공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신문사 사장 왈테르의 딸이자 막대한 상속녀인 쉬잔과 결혼하여 부와 권력을 완벽하게 손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집니다.


납치, 그리고 최후의 승리


뒤루아는 순진한 쉬잔을 유혹하는 데 자신의 모든 기술을 쏟아붓습니다. 이미 쉬잔의 어머니인 왈테르 부인과 불륜 관계였던 그였지만, 죄책감 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는 쉬잔에게 부모님이 우리의 결혼을 반대할 것이라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납치'라는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다고 속삭입니다.


“만약에 당신이 내 아내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면... 난 당신을 납치해서... 달아나겠습니다.”


순진한 쉬잔은 이 제안을 낭만적인 모험으로 받아들입니다. 뒤루아는 계획대로 쉬잔을 데리고 사라졌고, 딸의 실종에 충격을 받은 왈테르 부부는 결국 백기를 듭니다. 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뒤루아와의 결혼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비참하게 무너진 것은 쉬잔의 어머니, 왈테르 부인이었습니다. 자신의 옛 연인이 딸의 남편이 되는 끔찍한 상황 앞에서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절규하다 실신하고 맙니다. 그녀의 사랑도, 질투도 뒤루아에게는 그저 밟고 지나가는 카펫에 불과했습니다.


마들렌 성당의 환호, 그 쓸쓸한 정점


드디어 결혼식 날이 밝았습니다. 파리의 마들렌 성당은 뒤루아의 결혼을 보러 온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이 언론계의 제왕이자 거부의 사위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주교는 그에게 "문필로 민중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사회의 목탁"이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뒤루아는 그 위선적인 찬사를 즐기며 신부 쉬잔의 팔을 끼고 성당 문을 나섭니다. 햇빛이 쏟아지는 돌계단 아래로 수천 명의 군중이 그를 올려다보며 환호하고 부러워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갈망하던 '야심의 완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절정의 순간, 모파상은 뒤루아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묘사하며 소설을 끝맺습니다.


그가 눈을 들자 아득히 멀리, 콩코르드 광장 저편의 국회의사당 건물이 솟아 있는 것이 보였다. ...
그의 생각은 뒤로 돌아가 있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가늘게 뜬 그의 눈앞에는, 드 마렐 부인이 침대에서 나올 때면 언제나 마구 흐트러지는 귀여운 곱슬머리를 거울 앞에서 매만지던 영상이 아른거렸다.


그는 아내 쉬잔이 아니라, 국회의사당(다음 권력의 목표)과 자신의 정부였던 드 마렐 부인(쾌락의 기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작가의 고백: 불꽃처럼 살다 재가 되다


이 냉혹한 소설을 쓴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그는 뒤루아처럼 야망과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1850년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그는 스승 플로베르에게서 "사물을 끈질기게 관찰하라"는 혹독한 문학 수업을 받았습니다. 플로베르의 가르침 덕분에 그는 인간의 위선과 욕망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는 '자연주의'의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모파상은 20대 때부터 관청에서 일하며 글을 썼고, 문단에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는 부와 명예를 얻었고, 수많은 여성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뒤루아가 신문사 기자로 성공하고 여성 편력을 과시했던 것은 작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비극으로 치달았습니다.

젊은 시절 얻은 매독은 그의 뇌와 신경을 서서히 파괴했습니다. 그는 극심한 두통과 환각에 시달렸고, 자신의 도플갱어가 나타나는 공포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는 42세의 나이에 자신의 목을 칼로 그어 자살을 시도했고,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요? 모파상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욕망의 질주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작가는 뒤루아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거리의 부랑자와 매우 흡사한 이른바 사교계의 부랑자"


겉은 화려한 귀족이지만, 영혼은 안식처를 찾지 못한 채 끝없이 떠도는 부랑자라는 것입니다.


야심이라는 아카시아나무를 다루는 법


모파상의 『벨아미』와 스피노자의 철학은 우리에게 야심의 두 얼굴을 보여줍니다.

야심은 아카시아나무와 같습니다.


그 꽃향기는 매혹적이고, 뿌리는 강인하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하지만 아카시아 뿌리가 주변의 다른 식물들을 모조리 죽이듯이, 통제되지 않은 야심은 우리 삶의 소중한 가치들—사랑, 우정, 신뢰, 평온함—을 모두 고사시켜 버립니다.


뒤루아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진심으로 그를 위하는 사람이 남아있을까요? 그가 늙고 병들었을 때, 혹은 실패했을 때 누가 그를 지켜줄까요? 그는 승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목매달고 있는 가장 취약한 영혼일 뿐입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인간인 이상 야심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영혼의 주인 노릇을 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지금 쫓고 있는 것이 나의 행복인가, 아니면 남들의 부러움인가?"


마치며


『벨아미』는 19세기 파리의 이야기지만,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속의 화려한 삶, 성공을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끌어다 쓰는 현대 사회의 풍경은 뒤루아의 욕망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뒤루아를 비난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처럼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야심이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당신의 배는 어디로 향하고 있습니까?


-� 자기 삶으로 돌아보는 질문

Q. 당신이 지금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숲속의 고요한 나무처럼 당신을 숨 쉬게 합니까, 아니면 아카시아나무처럼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시들게 합니까?


Q. 만약 내일 당장 당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래도 여전히 당신이 추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입니까?


[다음 편 예고] 탐욕(Avaritia) :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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