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무절제한 욕망이 청구한 파국의 계산서
이 글은 강신주의 베스트셀러 『감정수업』을 길잡이 삼아,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중 10가지 감정을 소설과 함께 다시 읽어 내려가는 인문학 연재입니다.
어제 우리는 『위대한 개츠비』의 1부를 통해 화려한 파티의 불빛 뒤에 숨겨진 인물들의 적나라한 내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고, 톰은 오만한 육체와 부를 휘두르며 타인을 지배했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닿을 수 없는 '녹색 불빛'을 향해 손을 뻗던 개츠비의 간절함은, 사실 잃어버린 과거와 신분 상승을 향한 맹목적인 갈망이었습니다.
이제 2부에서는 5년의 기다림 끝에 성사된 재회와, 그 낭만적인 꿈이 현실의 벽 앞에서 처참하게 부서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탐욕과 탐욕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개츠비는 닉의 도움으로 5년 만에 데이지와 재회합니다. 어색했던 침묵과 비가 그친 후, 개츠비는 데이지를 자신의 대저택으로 데려갑니다. 그는 자신이 이룬 막대한 부의 왕국을 그녀에게 과시합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개츠비가 옷장에서 영국에서 주문 제작한 셔츠들을 꺼내 던질 때 연출됩니다. 산호색, 청사과색, 라벤더색, 연한 오렌지색의 최고급 셔츠들이 침대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그 순간, 데이지는 셔츠 더미에 얼굴을 파묻고 격렬하게 흐느낍니다.
"너무 아름다운 셔츠들이에요. 여태껏 이런 아름다운 셔츠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만 슬퍼지는군요."
데이지의 눈물은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순수한 회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가난했던 옛 연인 개츠비가 이제는 자신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큼의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벅찬 감동이자, 그동안 자신이 톰 곁에서 견뎌온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의 발로였습니다. 그녀에게 개츠비의 셔츠는 사랑의 증표가 아니라, 그녀의 탐욕을 충족시켜 줄 물질적 승리의 깃발이었습니다. 데이지는 개츠비라는 사람보다 그가 소유한 물건과 배경에 압도되었고, 그녀의 속물근성은 이 장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오후, 톰, 데이지, 개츠비, 닉, 조던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뉴욕 시내로 나가기로 합니다. 이때 톰 뷰캐넌은 개츠비를 자극하고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묘한 제안을 던집니다.
"자네 차를 타고 가는 게 어떻겠나? 대신 자네는 내 쿠페를 타고 가라고."
이 사소한 장난, 즉 자동차 바꿔 타기는 훗날 이들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복선이 됩니다. 톰은 개츠비의 화려하고 눈에 띄는 노란색 롤스로이스를 직접 운전하며 닉과 조던을 태웠고, 개츠비는 데이지를 태우고 톰의 파란색 쿠페를 몰았습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톰은 기름을 넣기 위해 '재의 계곡(Valley of Ashes)'에 있는 윌슨의 정비소에 들릅니다. 이곳은 산업 쓰레기와 재가 산처럼 쌓여 있는 황무지로, 화려한 뉴욕의 번영 뒤에 감춰진 도덕적 타락과 빈곤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이때 2층 창가에 갇혀 있던 머틀 윌슨(톰의 정부)은 질투에 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한 노란색 차를 운전하는 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당연히 "저 노란 차는 톰의 것"이라고 믿게 됩니다. 이 오해는 잠시 후 끔찍한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뉴욕 플라자 호텔의 스위트룸, 찜통더위 속에서 위태롭게 유지되던 긴장은 마침내 폭발합니다. 개츠비는 이 순간을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는 데이지에게 톰을 향해 "당신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선언하라고 강요합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왜 안 됩니까! 물론 할 수 있고말고요!"
개츠비에게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가난했던 과거를 지우고, 데이지와의 사랑을 완벽하게 복원하려는 오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아이까지 낳은 데이지의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환상 속에 그녀를 가두려 했습니다.
이에 톰 뷰캐넌은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 그는 개츠비의 사랑을 논박하는 대신, 그의 '돈'을 공격합니다. 톰은 개츠비가 약국을 가장해 술을 파는 주류 밀매업자이며, 그의 부가 불법적인 사기행각으로 쌓아 올린 것임을 폭로합니다.
이 한마디에 데이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립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사랑의 진실이 아니라, '누가 더 안전하고 깨끗한 부를 가졌느냐'였습니다. 범죄로 얼룩진 돈은 그녀의 "하얀 궁전"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데이지는 개츠비에게 비명을 지르며 물러섭니다.
"아, 당신은 너무 많은 걸 원하고 있어요! ... 사실 저는 그를 한 때 사랑했어요. 그리고 당신도 또한 사랑했어요."
이 순간, 개츠비의 꿈은 산산조각이 납니다. 데이지는 사랑을 택한 것이 아니라, 더 안전한 자본(톰)을 택한 것입니다. 승리를 확신한 톰은 잔인한 아량을 베풉니다. 갈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개츠비와 데이지가 함께 개츠비의 차(노란색 롤스로이스)를 타고 먼저 돌아가라고 허락한 것입니다. 톰은 데이지가 개츠비와 단둘이 있어도 이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기에 그들을 조롱하듯 보내버린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비극은 '재의 계곡'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편 윌슨에게 외도 사실을 들켜 감금되어 있던 머틀 윌슨은 창밖으로 낮에 봤던 그 노란색 롤스로이스가 달려오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녀는 낮의 기억 때문에 그 차에 당연히 톰이 타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머틀은 남편과 구질구질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구원자, 톰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차로 미친 듯이 뛰어듭니다. 그녀가 평소 되뇌던 말은 "너는 영원히 살 수 없어(You can't live forever)"였습니다. 도덕이나 윤리 대신 살아있는 동안 찰나의 쾌락과 물질적 풍요를 거머쥐겠다는 탐욕의 주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던 것은 흥분 상태의 데이지였습니다. 차는 머틀을 그대로 치고 멈추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머틀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탐욕과 착각이 빚어낸 비극적 필연이었습니다. 그녀는 톰의 부(富)를 동경하여 그를 구원자로 여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그녀가 그토록 선망했던 부의 상징, '거대한 노란색 자동차'였습니다. 그녀가 톰을 향해 달려들었던 그 순간은, 사실 파멸을 향한 질주였습니다.
뒤따라오던 톰(파란색 쿠페 운전)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멈춥니다. 남편 윌슨은 톰을 보자마자 "당신이 낮에 저 노란 차를 타고 있지 않았느냐, 그 차로 내 아내를 죽였다"며 울부짖습니다.
이때 톰은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차갑게 진실을 왜곡합니다.
"그 노란 차는 내 차가 아니야. 개츠비라는 자의 차일세."
톰은 윌슨에게 노란 차의 주인이 개츠비라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윌슨의 분노와 살의를 개츠비에게로 돌립니다.
사고 직후, 개츠비는 데이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모든 책임을 떠안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혹시라도 톰이 데이지를 해칠까 봐 밤새 데이지의 집 앞을 서성입니다. 하지만 그 시각, 데이지는 톰과 식탁에 마주 앉아 식은 닭튀김과 맥주를 사이에 두고 사건을 무마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데이지와 톰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 그림 속에는 자연스러운 친밀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은 공범자였습니다. 부와 특권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뭉친 것입니다. 데이지는 자신의 죄를 덮어씌울 희생양으로 개츠비를 선택했고, 톰은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경쟁자를 제거할 방법으로 개츠비를 지목했습니다. 개츠비는 그 울타리 밖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홀로 데이지의 방 불빛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일 [3부]에서 계속됩니다.)
� 오늘의 질문
당신이 이룬 '성취'나 '꿈'이 사실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수단, 혹은 결핍을 메우기 위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까?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 당신은 '사랑과 신의'를 택하겠습니까, 아니면 '안전과 이익'을 택하겠습니까? 데이지의 비겁한 침묵을 비난할 수만은 없는, 우리 안의 나약함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