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탐욕 :『위대한 개츠비』

부제 : 피츠제럴드의 비극, 그리고 멈춤을 모르는 우리들에게

by 설탕바른위로



[3부] 작가의 고백과 탐욕의 딜레마


어제까지의 이야기


어제 우리는 개츠비의 꿈이 '재의 계곡'의 비극과 함께 처참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데이지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톰과 공모하여 침묵했고, 개츠비는 홀로 남아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이제 마지막 3부에서는 그 기다림의 끝에 찾아온 비극적인 결말과, 이 소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닌 작가 피츠제럴드의 처절한 삶 그 자체였음을 밝히고자 합니다. 100년 전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탐욕'에 대한 서늘한 경고를 마주할 시간입니다.


수영장의 총성, 그리고 쓰레기 같은 사람들


사고 다음 날 아침, 톰 뷰캐넌은 자신을 찾아온 머틀의 남편 조지 윌슨을 마주합니다. 윌슨은 아내를 죽인 차의 주인을 찾기 위해 반쯤 미쳐 있었습니다. 이때 톰은 자신의 불륜 사실을 완벽하게 은폐하고, 분노한 윌슨의 총구를 연적인 개츠비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의 가정을 '방어'하는 결정적인 거짓말을 던집니다.


"그 노란 차는 내 차가 아니야. 개츠비라는 자의 차일세."


그 시각, 개츠비는 여름 내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야외 수영장에 물을 채웁니다. 하인들은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배수관이 막힐 것"이라며 물을 빼려 했지만, 개츠비는 이를 만류합니다. 하루아침에 서늘해진 공기는 여름이 끝나고 죽음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암시하고 있었습니다.


개츠비는 수영장 튜브에 몸을 싣고 하염없이 전화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데이지가 짐을 싸서 자신에게 달려오거나, 적어도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도달한 것은 사랑의 밀어가 아닌, 톰의 거짓말에 조종당한 윌슨의 총성이었습니다.


개츠비는 수영장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했고, 윌슨 역시 그 자리에서 자살합니다. 위대한 꿈을 꾸던 남자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허무하고 고독한 죽음이었습니다.


장례식, 아무도 오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비극은 죽음 그 이후였습니다. 매주 개츠비의 파티에 불나방처럼 몰려와 공짜 술과 음식을 즐기며 그를 찬양하던 수백 명의 손님 중, 장례식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개츠비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데이지는 꽃 한 송이 보내지 않은 채, 남편 톰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버렸습니다.


장례식장을 지킨 것은 오직 닉 캐러웨이와 뒤늦게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개츠비의 늙은 아버지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릴 적 썼던 '일과표'와 '결심 사항'이 적힌 낡은 책을 보여주며, 아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성공을 위해 노력했는지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 순진한 자부심은 장례식의 쓸쓸함과 대비되어 더욱 비감한 슬픔을 자아냅니다.


닉은 이 비정한 결말을 목격하며 톰과 데이지, 그리고 동부의 상류층들에게 깊은 환멸을 느낍니다.


"그들은 사려 분별이 없는(careless)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물건이나 사람을 박살 내 놓고는 그들의 돈 혹은 엄청난 무관심 속으로... 숨어 버리곤 했다. 그리고 자기들이 일으켜 놓은 혼란을 다른 사람들에게 치우게 했다."


닉은 떠나기 전, 죽은 개츠비를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비록 개츠비의 부는 불법이었고 그의 꿈은 허상이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순수함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쓰레기 같은 사람들이오. 당신은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을 한데 모아 놓은 것보다 가치 있는 사람이오!"


이것은 닉이 개츠비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자, 탐욕으로 얼룩진 시대에 대한 통렬한 심판이었습니다.


작가의 고백


우리는 여기서 소설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이 처절한 이야기는 단순한 허구가 아닙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자신의 삶과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자서전적인 비극입니다.


첫 번째 투쟁: 가난 때문에 거절당한 사랑


피츠제럴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명문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며 상류층과 어울렸습니다. 그는 첫사랑 지니브러 킹에게 청혼했지만, "가난한 소년은 부잣집 소녀와 결혼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이 뼈아픈 상처는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집착하는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사의 딸인 젤다 세이어를 만났지만, 그녀 역시 그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파혼을 선언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사랑을 되찾기 위해 미친 듯이 글을 썼고, 처녀작 『낙원의 이쪽』이 대성공을 거두며 막대한 돈을 벌게 되자 비로소 젤다와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개츠비가 불법적인 수단으로라도 돈을 벌어 데이지 앞에 나타나야만 했던 이유는 바로 작가의 이런 처절한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 투쟁: 돈에 대한 강박과 파멸


성공 후 피츠제럴드와 젤다는 '재즈 시대의 왕과 왕비'로 불리며 뉴욕과 파리를 오가는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소설 속 톰과 데이지처럼 방탕하고 불안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젤다의 사치와 품위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그는 작품성이 떨어지는 상업적인 단편소설을 공장처럼 찍어내야 했고, 젤다는 신경쇠약과 정신병에 시달리다 입원했습니다. 피츠제럴드 역시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재능을 탕진했습니다.


돈 말고 또 다른 주제가 있단 말인가?

피츠제럴드는 평생을 '돈''사랑' 사이에서 줄타기했습니다. 누군가가 그의 작품 주제가 너무 돈에 집중되어 있다고 비판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맙소사. 그럼 돈 말고 또 다른 주제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에게 돈은 사랑을 얻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자, 자신을 파괴하는 독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44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쓸쓸하게 사망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작가 자신이 겪었던, 돈이 지배하는 세상의 비극을 뼈저리게 기록한 유서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마치며: 멈춤을 선언할 용기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꿈은 안전합니까?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개츠비와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돈을 법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직접적인 관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친절한 것이 나 때문인지 내 돈 때문인지 의심하게 되고, 돈이 없으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스피노자가 경고했듯, 탐욕은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지는 바닷물입니다. 이 무한한 굴레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절대적인 '목적'의 자리에서 본래의 자리인 '수단'으로 끌어내리는 것입니다. 돈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로서만 기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최적생계비'를 정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끝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이렇게 선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됐어. 이 정도면 됐어. 이제 삶과 사랑을 향유해야지."


개츠비의 비극은 그가 멈춰야 할 때를 알지 못했기에 일어났습니다. 그는 과거를 되돌리려 했고, 불가능한 꿈을 잡으려다 파멸했습니다. 진정한 위대함은 무한한 욕망을 채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삶 속에서 만족을 알고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있습니다.


� 자기 삶으로 돌아보는 질문


당신의 "최적생계비"는 얼마입니까? 남들의 기준이 아닌, 당신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혹은 적정한 수준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까?


돈을 버느라 혹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정작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사려 분별 없는(careless)' 태도를 보이진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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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정의 주인이 되는 시간 플러스>에 <위대한 개츠비>외전과 <위대한 개츠비> 에필로그가 발행됩니다.

외전에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그림자: 훔친 뮤즈와 잔인한 친구(헤밍웨이)>가 에필로그에서는 <우리가 놓친 '개츠비'의 조각들>을 주제로 이야기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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