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욕정 : 톨스토이 『악마』

스피노자의 '수동적 정서'와 억압된 욕망의 반란

by 설탕바른위로

이 글은 강신주의 베스트셀러 『감정수업』을 길잡이 삼아, 스피노자의 48가지 감정중 10가지 감정을 소설과 함께 다시 읽어 내려가는 인문학 연재입니다.


[2부] 분열된 자아: 악마는 내 안에 있었다


어제까지의 이야기


성실하고 도덕적인 지주 예브게니. 그는 젊은 시절 농부의 아내 스테파니다와 육체적 관계를 맺었지만, 결혼과 함께 그 과거를 돈으로 청산했다고 믿었습니다. 정숙한 아내 리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존경받는 삶을 살던 어느 날, 그는 집안일을 도우러 온 스테파니다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그 순간, 묻어두었던 욕망이 화산처럼 폭발하며 그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듭니다.


내 안의 전쟁터: 낮의 자아와 밤의 자아


재회 이후, 예브게니의 삶은 지옥으로 변합니다. 겉으로는 여전히 점잖은 지주이자 다정한 남편이었지만, 그의 내면은 정확히 두 개의 세계로 찢겨 나갔습니다.


낮의 세계 (아내 리자): 안정, 도덕, 가문의 명예, 그리고 사람들이 보내주는 존경의 시선.


밤의 세계 (스테파니다): 강렬한 육체적 희열, 야생적인 생명력,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


예브게니는 탈곡장에서 일하는 그녀를 훔쳐보기 위해 하루 종일 핑계를 만들어 밖을 서성입니다. 그녀의 붉은 치마가 보이기만 해도 심장이 미친 듯이 뜁니다.


"그는 정원을 거닐면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미친 듯이 격렬하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것이 스피노자가 경계했던 '수동적 정서(Passio)'의 상태입니다.

우리가 욕망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외부의 원인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노예의 상태 말입니다. 예브게니는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통합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그는 욕망을 억누르려고만 했고, 억눌린 욕망은 더 큰 반동으로 튀어 올라 그를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아는 결국 분열되고 맙니다.


"저 여자는 악마야": 슬픈 자기기만


예브게니는 자신의 상태를 '광기'라고 느꼈습니다.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해보고, 기도를 하고, 여행을 떠나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탈곡장에서 스테파니다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다시 무력하게 무너져 내립니다.


자신의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욕망 앞에서 예브게니는 공포에 질립니다. 그리고 그는 가장 쉬운,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결론을 내립니다. 이 모든 고통의 원인을 외부로 돌려버리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그녀는 악마다. 악마가 분명해. 그녀는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를 조종했어. 악마가 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구!"


그는 스테파니다를 '악마'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봅시다. 스테파니다가 그를 악랄하게 유혹했습니까? 그녀는 그저 그곳에 존재했을 뿐입니다.


예브게니를 파멸로 몰고 간 것은 스테파니다가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기 내면의 욕정이었습니다.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슬픈 자기기만입니다. 욕정은 삶을 증진시키는 에너지일 수 있었지만, 예브게니는 그것을 억압하고 죄악시함으로써 자신의 일부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금욕주의가 오히려 욕망을 악마로 키운 셈입니다.


세 번째 출구: "나를 죽여야 끝난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예브게니는 서재에 틀어박혀 이 상황을 끝낼 방법을 강구합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극단적인 선택지들만이 떠오릅니다.


"두 가지 출구밖에는 없다. 아내를 죽이든가, 아니면 스테파니다를 죽이든가. (...)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아내가 죽으면? 스테파니다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스테파니다가 죽으면? 유혹의 원천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는 도덕적인 사람이기에 타인을 해칠 수 없습니다.


그때, 그가 발견한 제3의 출구.


"아아, 그래, 제3의 출구가 있다. 있어. 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래, 자살하는 거다. 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어."


나를 죽이는 것.

그것은 욕망과 도덕 사이의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였습니다. 자신을 휘어잡고 있는 '악마(욕정)'를 죽이기 위해, 그 숙주인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비극적인 결단이었습니다.


그는 서재의 장롱을 열어 리볼버 권총을 꺼냅니다.

그때 아내 리자가 들어옵니다. 그녀는 남편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묻지만, 예브게니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합니다. 아내가 아이를 돌보러 나간 사이, 그는 거울 앞에서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눕니다.


마치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 3악장의 '프레스토(아주 빠르게)'처럼, 그의 파멸은 겉잡을 수 없는 속도로 치달았습니다.


(내일 3부에서 계속됩니다)


� 오늘의 질문

Q. 당신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들 때, 그것을 "저 사람 때문이야"라며 상대를 악마화한 적은 없습니까?


Q. 내 안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과 억누르는 것, 당신은 주로 어느 쪽을 선택합니까?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수, 목, 금 연재
이전 16화06 욕정 : 톨스토이 『악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