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지 말라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017.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지 말라

행동 방식을 다양하게 하라. 남들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면 절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특히 적을 상대로 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항상 첫 번째 의도 대로 행동해서는 안된다. 만일 그렇게 하면, 상대는 늘 의도가 같다는 것을 미리 포착하고, 그런 행동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도박꾼도 게임을 할 때는 상대가 예상하는 패를 내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패는 더더욱 내지 않는 법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사랑, 엄마

그동안 써온 글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대부분 ‘아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손이 아프고, 발이 아프고, 걷지 못해 힘들다는 이야기. 언제부턴가 제 시선은 제 고통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더 아프고 고통스러운 분들도 많을 텐데 말이죠.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희망보다는 질문이 앞섰습니다.

“이런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늘어가던 어느 날부터였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식사 한 끼도 쉽지 않았고, 집안일은 손도 대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때 문득, 제가 아프면서도 비교하게 되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친정엄마였습니다.

항상 아프셨던 엄마가, 지금은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반찬통 뚜껑도, 생수병도 척척 여시고, 당근도, 참외도 예쁘게 깎아내십니다. 드시는 것도 소화도 잘되시고, 오히려 저보다 건강해 보이시기도 합니다. 엄마는 여전히 아프신 분인데, 제가 아픔 속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신 겁니다.


예전엔 제가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엄마가 저를 보호해 주십니다. 제가 체리를 맛있게 먹으면, 휠체어를 타고 요양보호사님과 함께 체리를 또 사오십니다. 입맛 도는 것이 뭐 있을까 고민하고, 이것저것 챙겨오십니다. 서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가다 보니, 더 이상 엄마는 ‘환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엄마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픈 사이, 엄마는 제 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오고 계셨습니다. 도움을 청하면 당근,양파, 버섯을 썰고, 감자전이 먹고 싶다고 하니 강판에 갈아 감자전 반죽을 하십니다. 요리를 하며 옛날 이야기를 풀어놓고, 물은 어느 정도 부으면 좋다고 자신감 있게 알려주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부엌에서,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한때는 안쓰럽고 가슴 아픈 존재로만 여겼던 엄마였는데, 지금은 삶의 중심에서 저를 지탱해주는 강단 있는 분이 되셨습니다. 사실, 건강상태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바뀐 것은 제 시선이었습니다. ‘엄마는 아프니까 못 하실 거야’라고 단정지었던 저의 착오였습니다. 엄마에겐 아직도 가능한 일들이 많고, 그 가능성은 제가 열어봐야 할 문이었습니다.


같이 만든 음식은 유난히 맛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대화도 많아지고, 이야기꽃이 피어났습니다. 오늘 먹은 감자전은 엄마의 손맛이 살아 있었고, 새댁 시절 이야기며 시어머니까지 소환해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 속에서 진짜 사랑이 피어난다는 것을요.

엄마는, 여전히 제게 기적 같은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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