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욕해도 돼요, 이모.”

22. 재치 있는 말 한 마디가 종종 진지한 가르침을 앞선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2. 재치 있는 말 한 마디가 종종 진지한 가르침을 앞선다.

칭찬받을 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 지혜로운 사람들의 탄약은 정중하고 유쾌한 지식이다. 즉, 그들은 더 박식하고 덜 통속적이며, 모든 흐름을 꿰뚫는 실용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조종 재치 있는 말 한마디가 진지한 가르침보다 낫다.




오늘 외가 쪽 언니 두 분이 엄마를 찾아왔다. 엄마는 형제들과 오해가 쌓였던 젊은 시절을 조심스레 꺼냈다. 서운한 마음이 자리를 틀었고, 오랜 시간 발길이 닿지 않았다. 언니들은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은 늘, ‘살아 있는 이모’를 향하고 있었단다.


외삼촌의 큰딸인 언니는 쑥 송편과 도토리묵을 손수 만들어왔다. 점심으로 해물찜과 함께 식탁에 올리자, 익숙한 맛에 모두의 손이 자주 갔다. 오랜만의 만남에도 입맛 하나는 똑같았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처럼, 그저 밥상 앞에 모였을 뿐인데 웃음꽃이 피었다.


식사 중엔 외할머니 이야기가 나왔다. 큰이모네 막내딸인 언니는 어린 시절, 학교 다니며 할머니를 돌본 기억을 꺼냈다. 점심시간마다 집에 와서 할머니 식사를 챙겼고, 그 시절이 참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말했다.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너를 낳느라 못 갔어. 큰이모가 8년을 모셨는데, 고생한 보람도 없이 돌아가셨어.”


잠시 후, 언니는 이모인 엄마에게 말했다. “운동 좀 하셔야 해요. 건강하셔야지.”

“걷지도 못하는데 뭘…” 엄마가 웃으며 말하자,

“그래서 더 운동해야 해요, 이모.”라는 진지한 말이 돌아왔다.

그때 친언니가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너 가고 나면 엄마가 ‘쟤 또 잔소리했다’며 욕할 걸?”

식탁 위에 웃음이 퍼졌다.


“이모, 지금 욕해도 돼요!”

또 한 번, 모두가 크게 웃었다.


언니들은 말했다. “우린 이제 욕해줄 엄마도 없어요. ‘엄마’라고 부를 수도 없어요.”

그 말에 마음 한켠이 찡했다. 부모님을 떠나보내고 장례를 치른 기억이 떠오른단다. 잘 못해드린 기억만 남는다는 고백. 엄마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난 이렇게 살아있어서, 너희를 만나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부모일 수도, 형제일 수도,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오늘, 나는 묵은 감정의 찌꺼기가 사라진 엄마의 얼굴을 보았다.

젊은 시절,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서운함도 깊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성숙하게 했고, 오늘의 밥상 위에 그리움과 용서가 올랐다.

나는 언니들의 재치 어린 농담에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다짐했다.

가족에게 더는 큰 욕심을 부리지 말자.


이후에도 기억할 일이 없도록,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내자.

마음의 욕심이 타인을 그릇되게 보게 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긍정으로 채워야 한다.


쉽게 풀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엄마는 오랫동안 그 마음을 품고 있었다.

언니들의 따뜻한 유머가 그 마음을 풀어주었다.

엄마가 웃었다.

그리고 나도,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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