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의지를 움직이는 기술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6. 사람의 의지를 움직이는 기술

각자의 약점을 파악하라. 이것은 다른 사람의 의지를 움직이는 기술이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의 의지를 움직이겠다는 결심보다는 기술이 필요하다. 먼저 각자의 주요 기질을 예측하고, 좋아하는 부분을 파악하며, 말로 그 약점을 건드려야 한다. 그러면 분명 상대방의 의지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철저한 직업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내 주변,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또 얼마나 될까? 지금 내게는 매주 방문하는 가정간호사가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다. 병원 외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세심한 돌봄을 그녀에게서 받고 있다. 깊은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응급실을 다녀온 다음 날, PICC관 소독을 위해 침대에서 간신히 일어나 방문 간호사를 맞이했다. 반가움보다는 지친 얼굴로 응급실 다녀온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미각을 완전히 잃고 병원에 연락했지만, 외래로 와야만 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저녁 늦게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는 그게 병원 규정이라며, 다음 외래에서 꼭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녀는 내가 의식을 잃었을 때 생긴 무릎 상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집에서 후시딘을 바르고 소독했지만, 통증 탓에 거의 걷지 못한 상황이었다. 간호사는 보행기나 워커를 써야 한다며, 위험성을 경고해 주었다. 엄마의 도움으로 겨우 움직일 수 있었던 내게 그 말은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먹지 못하겠다면 암환자용 뉴케어라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며, 냉장고에 있는 것을 꺼내 먹게 해 주었다. 그 이후로야 겨우 밥 몇 숟가락을 입에 댈 수 있었다.


무릎 상처를 보고 "이 정도면 많이 아팠을 텐데, 더 아픈 곳 때문에 놓치셨군요"라며 눈치를 챈 그녀는 상처 부위에 듀오덤을 붙이며 “물이 닿아도 떼지 마세요”라고 당부했다. 신기하게도 통증이 줄었고, 비로소 ‘살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어서 팔 관 소독 중 테이프를 떼는 순간,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간호사는 살점이 함께 벗겨졌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해져 피부도 약해진 탓이라고. 이 부위도 듀오덤으로 다시 치료해야 한다며, 그녀는 나의 통증을 마치 자기 일처럼 아파해 주었다. 그 따뜻한 공감은 말할 수 없이 위로가 되었다.


6월 5일 외래에서는 영양제 주사 이야기를 미리 메모했지만, 진료 중 말하지 않았더니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나중에 담당 간호사에게 말했지만 돌아온 답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섰다.


6월 17일 항암 치료 전, 나는 수첩에 메모한 항목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영양제, 위내시경 결과, 부작용 약, 피검사 결과 등. 특히 지난번 항암제 변경 이후 미각을 잃어 식사도 못 한 경험을 공유하며, 오늘 항암이 무섭고 두렵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다. ‘말하면 알아서 하겠지’라는 기대는 이번에도 빗나갔다.


6월 19일, 다시 가정간호사가 방문했다. 나는 영양제 처방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외래 결과를 확인하고 나의 상태를 상세히 전달했다고 한다. 결국 1회 처방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환자의 필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능력을 그녀는 갖추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 했다.


환자의 편에서 공감하고, 위로하고, 방향을 잡아주는 것. 그것은 병을 이겨내려 애쓰는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힘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란 결국, 그 사람의 의지를 존중하고 북돋아주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제야 조금은 병원과 의료진의 ‘패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태도나 말에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로 했다. 감정을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은 오직, 다시 일어서기 위해 나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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