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것도 대중적이면 안 된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1부 인간의 위대함은 운이 아니라

미덕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미덕

28. 취향과 지식은 대중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어느 것도 대중적이면 안 된다. 취향은 대중적이면 안 된다. 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그리 기뻐하지 않는다니, 이 얼마나 위대한 현자인가! 지나치게 흔한 박수갈채는 현자들을 만족스럽게 하지 못한다. 대중의 감탄에 기쁨에 기뻐하지 말라. 대중은 엄청난 무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훌륭한 조언을 무시하면서 평범하고 어리석은 말에만 감탄하기 때문이다.

고대 전설에 따르면, 카멜레온은 공기만 먹고 산다고 한다. 아폴론, 예술과 지혜의 신이 불어주는 부드러운 미풍이 아니라, 대중의 입김을 즐긴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일까. 어느 것도 대중적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요즘 마음에 와닿는다.


항암 치료를 받는 동안,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A라는 후배, B라는 친구와 가까워졌다. 항암 일정이 다가오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컨디션은 괜찮아?" "식사는 잘하고 있어?" "부작용은 어때?"
짧은 메시지지만 서로의 상황을 걱정하고 응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셋 중 가장 심한 부작용을 겪는 사람은 나다. 그 둘은 몸 관리를 잘한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A는 유방암 3기로, 한 번 항암할 때 4가지 약제를 투여받는다. 표적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입맛이 없다면서도 견딜 만하다고 말한다. 항암 후엔 곧장 암 요양병원에 입원한다. 집에 가면 식사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요양병원이 편하다고 했다. 보험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니 매번 이용한다고 했다.


B는 유방암 4기로, 3주에 한 번씩 항암을 받는다. 암 관련 커뮤니티에 여러 곳 가입해 있어서 정보력이 대단하다. 보험 문제에도 능통하다. 요양병원을 상담하러 다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비타민 주사, 면역 주사도 필요할 땐 받는다고 했다. 결국 본인이 고른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B는 요리에도 능하다. 암환자에게 좋은 주스 만드는 법, 간단한 솥밥 레시피도 알려준다. 친구 말대로 변비에 좋다는 레시피를 따라 해보니, 정말 효과가 있었다. 각종 채소를 넣은 솥밥은 다양한 영양소를 챙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요양병원에서 편히 쉬라고 내게 권유한다.
하지만 나는 가지 않기로 했다. 환경이 허락하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유방암 환자들 중엔 식사 문제로 병원에 가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친정엄마의 식사를 챙겨야 한다. 그게 내가 요양병원에 가지 않는 이유다.

며칠 전 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틀 뒤엔 백혈구 주사를 맞았다. 지금 내 몸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온몸이 붓고, 걷는 것도 버겁지만, 엄마의 아침 식사는 꼭 챙긴다.
그것이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다.


누가 더 아플까? 모르겠다. 하지만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나다.
아침이면 당근, 오이, 사과를 깎아 그릇에 담고, 플레인 요거트를 곁들인다. 엄마는 여느 젊은이처럼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맛있게 드신다. 식탁에 앉으면 어제 놀이터에서 나눈 할머니들의 이야기꽃이 이어진다. 얼굴에는 아침부터 웃음이 피어난다.
그 미소 하나로 나도 하루를 웃으며 시작한다.


하루는 선택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편안한 길’을 택한다. 요양병원에 갈 수 있는 비용이 해결된다면 왜 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고,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부작용이 아무리 심해도 견디는 수밖에 없다.


엄마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앞으로 돌아보면 가장 소중한 삶의 일부였다고 믿는다.
그 미소를 계속 곁에서 볼 수 있다면,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더 건강해진 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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