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7년 전, 나는 점장이었다. 지금은 병고로 휴직 중인 팀원이다.
직책으로만 보면 그야말로 극과 극.
하지만 삶은 숫자나 타이틀로만 말할 수 없다는 걸 이제 안다.
요즘 나의 일상은 엄마의 작은 움직임을 지켜보는 일로 시작된다.
눈꺼풀을 뜨는 순간, 숨 쉬는 고요한 리듬, 손끝이 스치는 방향까지…
삶의 소중한 디테일을 관찰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집을 오가며, 나를 응원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이면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여는 기도를 올린다.
감사하다고. 오늘 하루가 또 열렸다고.
비 오는 날이면 감자전을 부쳐 먹는다.
엄마는 어김없이 “먹을 게 없던 시절” 이야기를 꺼내신다.
몇 번은 외면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 시절도, 그 말들도, 엄마의 일부이니까.
오늘은 6시간 영양제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속이 울렁거려 3시간 만에 주사 바늘을 뺐다.
구토도 했다.
몸은 녹초가 되지만, 마음은 오히려 평온하다.
7년 전보다 스트레스는 훨씬 덜하다.
무너졌던 몸도, 휘청이던 마음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제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춘 삶이 아니라
내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