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48. 내면이 깊지 않으면 겉만 화려한 자들에게 자주 속는다.
내면이 깊을수록 온전한 사람이 된다. 모든 면에서 내면은 늘 외면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요즘 주변에서 마음이 힘든 이들이 하나둘씩 나를 찾아온다. 자기 삶의 혼란을 쏟아놓으며 울고 웃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는 길만큼은 조금 가벼웠으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힘이 생겼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A는 오랜 직장생활 끝에 희망퇴직을 했다. 위로금으로 받은 2년 치 월급은 남편의 사업자금으로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맞았다. 경제적 여유가 없던 그녀는 지인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했지만 큰 손실을 봤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최악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은 작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선배의 부당한 업무지시에 입도 뻥긋 못하고 견디고 있다. 그녀는 괴롭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들었다. 어떤 위로도 그에게 닿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바꾸지도 않는다. 이론은 알고 있다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말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바랐다. 그녀가 타인에게서 기대를 걷어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변화는 언제나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했다.
B는 술을 좋아한다. 술자리에서는 웃고 떠들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내면 깊숙한 외로움과 마주한다고 했다. 몇 해 전, 나는 그녀에게 자기계발을 권한 적이 있다. 당시 그녀는 내 삶을 ‘대단하다’고 했다. 학원에 다니고,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하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했다. 오늘 그녀는 나를 다시 만나 자격증 사진을 찍어갔다. 국가자격증 6개, 민간자격증 10개, 공저 책 3권, 이제 4권째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쓸모는 없을지 몰라도, 이게 내 작은 행복이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나는 바란다. 그녀도 자신의 외로움을 끌어안고,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길. 다음에 만날 때는 외로움이 아닌 자신감을 안고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