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평정심에서 나온다.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2부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현실을 인식하라


52. 지혜는 평정심에서 나온다.

절대 평정심을 잃지 마라. 동요되지 않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다.


지혜는 평정심에서 나온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고개를 끄덕이며도 그 말의 무게를 다 알지 못했다. 평정심이라는 단어는 너무 추상적이고, 지혜라는 말은 어딘가 나와 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인생은 때때로 우리가 외면했던 말의 진짜 의미를 체험하게 한다. 아프고, 지치고, 흔들릴 때. 삶이 예고 없이 꺾이는 날들 속에서 나는 진짜 평정심이 무엇인지, 왜 그것이 지혜로 이어지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쏟아진다. 아프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벅찼던 날도, 가장 가까운 이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무너진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별것 아닌 일에도 상처받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지나왔다. 남들에게는 단단해 보이고 싶어 애썼지만, 속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건 위로보다도, 정답보다도, 고요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배운 것이 바로 평정심이다.


평정심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인정하고, 그것에 휩쓸리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힘이다. 화가 날 수도 있고, 슬퍼질 수도 있고, 두려울 수도 있다. 그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감정에 잠식당하지 않고,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하고 조용히 묻는 순간,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렇게 감정과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일. 그것이 바로 평정의 시작이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내 삶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내가 미뤄두었던 삶의 질문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는 그 질문들 앞에 서서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왜 이토록 쉽게 무너지는가, 무엇이 나를 견디게 하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이런 물음들에 답하려고 애쓰는 사이, 내 안에는 조용히 단단해지는 무언가가 생겼다. 그것은 아주 느리게, 눈에 보이지 않게 자라났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이 바로 평정이었고, 그 평정이 나에게 지혜의 문을 열어주었다.


하루를 살고 돌아보면, 수많은 선택과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예전 같았으면 실수 하나에도 자책했을 테고, 누군가의 말에 지나치게 마음을 쏟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실수에도 너그러워졌고, 감정에도 거리를 둘 줄 알게 되었다. 마음이 조급할 땐 잠시 멈춰 깊은 숨을 들이쉬고,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어.” 그렇게 매일, 평정심을 연습한다. 삶은 결국 그런 반복의 힘으로 바뀐다.


내가 깨달은 가장 큰 진실은, 내가 나에게 기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말에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진짜 위로는 내 안에서 나온다. 그건 결코 자만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나를 믿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나를 잃지 않으려 애쓰고, 나의 중심을 매일 다시 찾는다. 때론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마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삶은 완벽하지 않기에 아름답고, 불안정하기에 소중하다. 그 안에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속 고요함을 지키려 애쓴다.


평정심은 큰소리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작은 순간들 속에서 빛난다. 누군가의 말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쉬어가는 침묵, 두려움이 밀려올 때 스스로를 다독이는 손길, 조용히 자신을 향해 내미는 응원의 말. 그런 순간들이 쌓여 평정이 되고, 그 평정이 삶을 바꾼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 안에서 자라나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나는 이제 그 지혜를 붙들고 살아가려 한다. 더 이상 누군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며,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고 싶다.


오늘도 나는 흔들렸고, 내일도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중심을 잃지 않는 한, 흔들림은 괜찮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이 바로 평정심이라는 것을. 지혜는 멀리 있지 않다. 언제나 나의 가장 깊은 곳, 고요한 내면에서 자라고 있다. 나는 그곳으로 오늘도 다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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