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사다 준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는 참 예뻤다.
그동안 무채색 옷만 입으시던 엄마에게 분홍색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처음 알았다.
옷을 받아든 엄마는 처음엔 “다 늙어서 이런 색은 입는 거 아니야. 네가 입어 봐” 하셨다.
검게 그을린 내 얼굴에 입어 보니,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언니는 솔직하게, “엄마가 입은 게 훨씬 예뻐”라며 웃었다.
소매가 조금 짧다며 불평을 하시면서도, 예쁘다는 말을 거듭 들으니 얼굴이 환해졌다.
오랜만에 큰맘 먹고 사온 보람이 있었다.
엄마 옷을 사는 건 쉽지 않다.
내가 고른 건 대개 실패했지만, 눈썰미 있는 언니가 고른 건 잘 맞고, 엄마도 별 말씀 없이 입으신다.
월요일, 요양사님이 오셨다.
현관에 들어서며 “오늘 예쁜 거 입으셨네요” 하니, 엄마는 “예뻐요?” 하고 웃으셨다.
출근 체크를 마치고, 시장에 볼일이 있냐고 물으셨다.
오이만 사오면 될 것 같아 “별로 필요 없어요” 했는데, 엄마는 마음속에 다른 계획이 있는 듯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요양사님이 시장을 다녀오셨다.
비닐봉지 안에는 예상치 못한 채소와 과일이 한가득이었다.
“암에 좋다”는 생각에 사오신 것들이었다.
두 엄마가 나를 생각해 이렇게 챙겨주니, 눈물이 불쑥 흘렀다.
들어올 시간에 맞춰 밥을 했다.
검은콩과 병아리콩을 넣었다.
주말에 새언니가 “몸에 좋다”며 가져다 준 병아리콩이었다.
밥이 다 되어갈 무렵, 두 엄마가 함께 들어오셨다.
나는 놀이터에서 사람들이 엄마를 보고 어떤 반응을 했는지 궁금했다.
요양사님이 “우리 어르신 예쁘면 박수!”라고 외쳤더니, 놀이터에 계신 모든 어르신이 박수를 쳤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우리는 종종 작은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하지만 순간순간 건네는 긍정적인 말과 관심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두 엄마에게도 그때그때 반응하고, 더 자주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큰 양푼에 콩나물, 열무김치, 노각김치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싹싹 비볐다.
점심을 먹으며 두 엄마는 “우리처럼 맛있고 재미있게 밥 먹는 사람 또 있을까?” 하며 웃었다.
그 한 끼가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