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이야기

엄마라는 존재

by 또 다른세상

하루종일 비가 온다. 분리수거만 했을 뿐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오전 10시 30분 이후부터 집에 혼자 있었다. 대화라는 것을 해 볼 기회가 없었다. 이런 경험을 처음 한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 심심하기도 하다.


어쩜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은 날이다. 마음만 그렇지 막상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잠시 생각만 해 보았다. 엄마가 계신 병원에서 점심부터 밥이 나온다는 소식이 왔다. 어제 오후부터 화장실 가기 힘들다며 큰언니를 불렀다.


금식이 거의 반이었고, 어제 아침까지 죽을 드셨다. 밥은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그것을 참는 것도 고된 일이다. 간병인도 맘껏 먹을 수 없다. 혹시라도 환자는 제대로 못 먹는데 이것저것 먹으면 얼마나 먹고 싶겠는가?

이런 저런 이유로 환자와 간병인 모두 제대로 못 먹는 상황이었다. 이틀 뒤 퇴원하니 밥도 주는 것 같다. 밥, 국, 반찬 모두 싹싹 비웠다고 했다. 밥을 먹는 일이 당연한 것인데 그렇지 않았던 엄마에게는 건강하다는 의사의 말과 똑같다. 더 의미가 있는 식사이다.


건강할 때는 반찬투정을 하게 된다. 혹은 뭐가 먹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한다. 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엄마가 제일 즐기는 시간은 식사시간이다. 뭐든 참 맛있게 드신다. 고기도 생선도 야채도 좋아하셨다.


문제는 몇십 년간 약도 밥처럼 드셨다. 고지혈증, 혈압약, 당뇨약, 신경통, 피부약, 위장약, 혈액순환제 등 한 움큼씩 드셨다.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무조건 약을 추가해 준다. 그 약만 먹으면 나을 거라고 안심시키며 드시게 한다.


몸은 퉁퉁 붓고 약의 부작용이 심상치 않다. 또 병원을 간다. 그럼 비타민 주사를 놔준다. 무릎주사를 세 번 연속 맞으라고 권유한다. 나은 것인지, 약기운에 아픈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의사의 말만 생각한다. “원장님이 신경 많이 써줘서 고마워”라며 자신의 몸은 약기운에 얼마나 상하는지 알지 못한다. 겉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원장의 말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지금도 이렇게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가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 병원은 매출 금액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한다. 노인들이 이런 것에 자주 속는다. 무릎이며 허리 통증으로 대부분이 가는 곳이 이제는 근본적인 치료를 했으면 한다.


얼마 살아가지 못한 노인 환자들에게 나쁜 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약을 맹신하도록, 그래서 위와 간이 다 망가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병원에 장기 입원을 하게 된 것도 약 복용의 부작용이라고 본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렇게 약을 드시니 몸이 상할 대로 상했고, 호흡까지 이상이 온 것이다. 집에서 가족이 잘 살펴봐야겠지만, 근본적인 처방의 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지 엄마의 일이 아니다. 젊은 층이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 있다. 혹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다. 환자의 몸이 아니라 오로지 매출을 위해서 병원은 움직인다.


점심부터 밥으로 식사가 나왔다는 소식은 기쁘다. 어쩌면 다시 비만으로 갈 수도 있다. 뭐든 잘 먹을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비만이 심해서 당 조절이 무조건 필요한 엄마의 상태가 퇴원을 해도 걱정이 된다.

살이 몸속 장기를 누른다고 했다.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기준치보다 많이 남아 있어서 산소호흡기계도 신청해 놓았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앞으로 살이 찐다면 바로 사망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본인과 가족이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오래 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다. 내 일이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고생한 만큼 그 사실을 꼭 기억하고 행복하게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 강한 의지의 한국인 엄마! 퇴원해서도 더 잘 관리하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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