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옷은 언니가 사준 바람막이다. 어느덧 15년이나 된 옷이다.
그때 나는 개인적인 일로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 나를 보던 언니가 어느 날 불쑥 말했다.
“우리 장미축제 가자.” 그렇게 언니는 내 손을 이끌고 부천까지 걸어서 데려갔다. 걷다 보니 길가에는 아웃도어 매장이 줄지어 있었다. 그날따라 나는 유난히 초라한 옷차림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언니가 망설임 없이 사준 옷이 바로 그 바람막이다. 그 옷은 나에게 단순한 바람막이가 아니다. 힘들 때 내 옆을 지켜준 언니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옷이다. 그래서일까. 봄이 오는 계절이면 나는 어김없이 그 옷을 꺼내 입는다. 낡고 오래된 옷이지만, 그 옷을 입을 때마다 언니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이 생각나고, 그때 잠시 쉬어갈 수 있었던 따뜻한 순간이 떠오른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쉽게 그 옷을 버리지 못할 것 같다. 그건 단순한 옷이 아니라, 언니가 내게 입혀준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