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마음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3부 인생은 짧지만 잘살아낸 삶의 기억은 영원하다.


안목

112. 호의를 얻으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다.

호의를 얻어라. 신은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서 미리 호의를 준비해 놓았다. 남의 호의를 얻으면 호평이 따라온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가치를 너무 믿는 나머지, 다른 사람의 호의를 얻으려는 노력을 가볍게 여긴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치료 시간은 매일 오전 7시 40분으로 고정되어 있다. 며칠째 같은 시간에 오다 보니, 치료를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하나둘 익숙해졌다. 대부분이 친절했다.

“명절 잘 보내셨어요?”

“내일도 같은 시간에 오시면 돼요.”

“불편한 점은 없으셨어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환자를 세심히 배려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오늘은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카페 진열대에 놓인 카스테라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도 함께 살까 고민했지만, 대부분 선생님들이 이미 한 잔씩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카스테라만 준비하기로 했다.

아직 오픈 전이라 잠시 기다려야 했다. 내일 사갈까 망설이다가, ‘생각났을 때 바로 하자’는 마음이 들어 그냥 기다렸다.

병원에 돌아오니 치료실 불이 켜져 있었다. 대기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치료 중인 환자들을 바라봤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나를 담당했던 선생님이 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카스테라를 건넸다.

“이거라도 드세요.”

선생님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순간, 다른 환자들도 선물을 많이 해서 그러신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미소 지으며 “고맙게 잘 나눠 먹을게요.” 하고 받았다.

하루에 500명 정도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매일 밝은 표정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선배에게 배움을 이어가는 선생님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아픈 몸으로 병원을 오가지만, 그분들의 친절 덕분에 하루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오늘 내가 전한 작은 호의가, 그들의 바쁜 하루에 잠시나마 따뜻한 쉼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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